▲지난 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박진 외교부 장관의 퇴장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을 겪자 박 장관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동아일보> 보도 보니... '37초' 답변 뒤 돌아간 증인도 있어
그런데도 피감기관은 급격히 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7대 479곳에서 18대 507곳, 19대 619곳, 20대 745곳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는 783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당연히 깊이 있는 정책 감사는 불가능하다. 정책 국감에 전념해도 부족할 판국에 국감장을 이용해 정치공방을 주고받으니,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무더기 증인 신청 관행도 여전하다. 증인과 참고인 채택은 17대 52명에서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는 170명 선을 헤아린다.
국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증인 신청은 납득한다. 하지만 모욕을 주거나 지역구 현안과 연결, 정파적 이해 때문에 기업인 증인 신청을 남발하고 있다면 심각한 폐해다. 특히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한 뒤 최종 과정에서 철회하거나 빼주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권한남용과 갑질 시비를 낳고 있다.
국감에 다녀온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충분한 답변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창피주기와 윽박지르기는 다반사고, 종일 대기하다 돌아오기 일쑤라고 한다. 이들은 현업을 뒤로한 채 국감에 참석했기에 국감 무용론에 보다 공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동아일보>의 국감 관련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은 3284명이었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 증인을 제외한 일반 증인은 119명이었고, 대기업 대표를 포함한 이들은 1명당 평균 3분 41초 발언을 얻는 데 그쳤다고 한다. 5분 이내 답변은 77%에 달했고, 방경만 KT&G 부사장의 경우엔 3시간을 대기하고 37초 답변만하고 돌아가기도 했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국정감사를 위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한 상시 감사다. 지금처럼 특정 기간에 몰아치기할 게 아니라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중 감사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하는 국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고 상시 감사제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감사원은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정책감사를 병행하고 있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국회와 감사원 두 곳에서 중복감사를 받는 셈이다. 공공부문은 중복감사에 따른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책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함으로써 국정감사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최운열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전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고 국회는 국정감사 제도를 폐지해, 공공부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한다. 현재 감사원은 정책감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국회 국정감사와 중복된다"며 개헌을 통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나는 이런 '국정감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다고 본다. 실질적인 국정감사는 기득권 내려놓기와 일하는 국회에서 가능하다. 한데 재선을 위해 지역구 행사 찾아다니기 바쁘고, 국정감사를 권한으로 여기는 국회가 기득권을 내려놓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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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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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본질 떠나 보여주기식 변질... 상시감사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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