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 있는 호수돈 건물 모습, 왼쪽은 호수돈 강당 모습인데 왼쪽은 1920년대, 오른쪽은 1930년대 촬영됐다. (호수돈 100년사 중에서)
호수돈 100년사
하지만 전쟁 이후에도 개성 호수돈 건물은 그대로 유지됐다. 호수돈 100년사를 보면 1957년 촬영한 개성 시내의 모습 속에 호수돈여학교의 건물(본관, 대강당)이 보인다. 다. 좌측이 본관, 우측이 대강당이다. 송악산 산세도 선명하게 보인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연구소 소장은 "구글어스(Google Earth)를 보면 지금도 호수돈 건물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당시 개성 시내 옛 건물이 보존된 건 6.25전쟁 당시 개성이 휴전 회담 장소로 사용돼 폭격을 면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쟁과 분단의 영향, 학교 역사와 맞닿아 있네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남북을 잇다,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고려 궁성 개성 만월대'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8차례(열 두 해 587일)에 걸쳐 개성 만월대를 공동 발굴 조사했다. 이를 통해 미발굴지 중 60% 면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속활자 1점을 비롯해 와전, 도자기 등 모두 1만 79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14일 찾은 전시관에서는 마침 호수돈여중 1학년 학생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북녘땅에 있는 고려의 역사와 학교의 역사를 찾아 나선 셈이다.
남북교류 중단으로 가 볼 수 없는 개성, 만월대 유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가장 많이 머문 곳은 1950년 사진 풍경이다. 학생들은 호수돈 학교 건물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로운 학생은 "옛 선배들이 다녔던 학교 건물이 개성에 이렇게 남아있다니 신기하다"며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소영 학생은 "전쟁과 분단의 영향이 우리 학교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걸 체감했다"며 "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개성과 개성의 호수돈건물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여진 학생은 "남북이 공동으로 유물을 발굴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남북 공동 발굴 작업이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형일 호수돈여중 교목실장은 "부모님 고향이 황해도 황주라 전시를 보는 내내 분단의 아픔과 남북이 공동으로 만월대 유적지를 발굴한 성과가 남다르게 느껴졌다"며 "특히 사진을 보면서 우리 학교의 뿌리를 확인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전전시회는 대전시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최하고 통일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했다. 통일부와 문화재청은 지난 2000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순회전시회를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대전에 앞서 경기도 하남시와 충남 천안시, 전북 부안군 등 에서 순회 전시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