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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은 계절이 왔다, 무등산에 가자

'무등'이란 '차별 없음'... 그 마음을 원하며 오른 무등산

등록 2022.10.20 21:44수정 2022.10.2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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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초입 ⓒ 김지원


주말이면 산에 간다. 운동으로서 등산이 좋은 건지, 자연이 좋아서 등산이 좋은 건지 구분할 수 없지만 등산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도 좋아지면 그의 모든 게 좋아져 딱 하나로 설명할 수 없고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들이 섞여서 "그냥 좋아"가 되듯이. 정말 좋아지면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로 특정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냥 등산이 좋다.


모든 계절이 좋지만 그 중 으뜸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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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잎들 사이로 반짝이는 빛 ⓒ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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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멋진 무등산 ⓒ 김지원


모든 계절의 산이 좋지만, 가을은 등산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파랗고 높은 하늘이 가까이 오라고 부른다. 

산에 오르는 동안에도 땀이 나는 순간,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물을 마시려 멈추는 순간 기분 좋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의 애교에 기분이 좋다. 힘들다는 순간을 느낄라치면 바람이 불어와 생기를 충전해준다. 그래서 가을은 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광주에 있는 무등산에 갔다. 서울에서 3시간 반 버스를 타고 광주에 도착해 거진 5시간 반을 등산 후 4시간 걸려 다시 서울에 돌아오는 여정. 길고 긴 하루였지만 충분히 그럴만했고 매우 만족한 가을 산행이었다. 

특히 정상에 올라서 마주하는 탁 트인 풍경과 능선의 원근감이 만든 농담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산에 오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짜릿함과 통쾌함이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 모세혈관까지 몸의 모든 통로에 막힘없이 신선한 피가 쫙 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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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억새가 어우러진 ⓒ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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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정상 ⓒ 김지원


1187m의 무등산. 무등산은 광주의 북한산과 같이 광주 시민들이 쉽게 가는 산이라고 한다. 중머리재까지는 산책 삼아 나온 것 같은 광주 시민들이 꽤 있었다. 

가파르지 않은 친절함과 멋진 주상절리를 숨겨둔 매력, 그리고 남한에 해발 1000m 넘는 산이 몇 개 없기에 더 가치 있는 무등산이다.


무등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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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바람에 이는 억새 ⓒ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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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정상 ⓒ 김지원


무등(無等) 
[명사] 등급이나 차별이 없음. 
[부사] 그 이상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무등이란 무엇인가. 무등산은 비할 데 없이 높은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불교용어로 "무등"은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서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어떤 속성이나 어떤 것을 매우 많이 갖고 있으면 등급의 의미가 필요 없어진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얼만큼 좋아하는지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고 마음의 등급이나 경계가 없이 좋아지는 것처럼. 

어떤 대상(브랜드, 작품, 사람 등)이 가격으로 그 급이 매겨지다가 어느 순간 가격이 의미를 상실하고 그 자체로 값을 매길 수 없이(priceless) 귀한 존재가 되는 것처럼. 

무언가를 계속 등급 매기는 마음은 아직 부족한 상황,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마음이 부자라서, 마음이 매우 넉넉해서 의식하지 않고도 차별하지 않는 마음. 무등산에 오르며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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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정상에서 먹는 샌드위치란 ⓒ 김지원

#무등산 #가을산 #등산 #여행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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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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