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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혁당사건 '조연급' 3인 변호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 13] 한승헌의 노인영 피고인에 대한 <항소 이유서>

등록 2022.10.26 16:27수정 2022.10.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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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현 한국지부) 창립총회에서 한승헌 변호사가 창립선언문을 읽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현 한국지부) 창립총회에서 한승헌 변호사가 창립선언문을 읽고 있다.국제앰네스티
 
1968년 여름 중앙정보부는 통일혁명당사건(통혁당)이라는 어마어마한 내용의 반국가 조직을 발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통혁당은 1964년 3월에 베트공식 연합전선조직인 민족해방통일전선을 목표로 조직되었으며 무장봉기, 주요시설 파괴, 정부요인 암살 등의 방법으로 대한민국 정부 전복과 공산정권  수립을 꾀하면서 북괴로부터 자금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김종태를 수괴로 하고 김진환 (43세ㆍ청맥사 사장), 김질락(34세, 경남일보 논설위원), 신영복(28세, 육사교관), 임중빈(29세, 문필가), 박성준(28세, 서울대 상대4년생), 이문규(학사주점 대표), 이재학(34세, 대한교육보험 홍보과장), 김상도(54세, 김종태의 형, 전 국회의원) 등 엘리트층이 들어 있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구속 기소된 사람이 39명에 이르렀다. 

당시 <청맥(靑脈)>이란 월간지는 참신한 편집으로 지식인들 사이에 꽤 알려지고 서울 무교동의 '학사주점'은 청년엘리트의 단골술집이어서 그만큼 사회적 충격과 파문이 컸다. 

통혁당의 '수괴'로 지목된 김종태는 간첩 김수상과 만나 임자도를 거쳐 배편으로 전후 네 차례에 걸쳐 북한을 왕래한 사실을 시인하였다. 그리고 북한에서 갖고 온 자금으로 <청맥(靑脈)>지를 발간했다는 공소사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맥사 사장 김진환은 김종태로부터 받은 돈으로 <청맥>지를 통권 28호까지 발행한 사실은 시인하였으나, 김종태가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당시 <청맥>지나 학사주점은 지식인층이나 젊은 세대들 사이에 상당히 알려져 있었고 관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것들이 북한의 자금과 연계되어 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주석 15)

한승헌은 피고인 중 조연급인 노인영ㆍ허정길ㆍ박경호의 변론을 맡았다. '수괴'급은 친북활동을 한 사실을 법정에서 시인했으나 '조연급'은 억울하게 얽힌 사람들이었다. 

내가 변호를 맡은 노인영, 허정길, 박경호 씨 등은 사건 전체로 보면 조연급에 불과했다. 그만큼 더 억울한 처지였다. 젊은 지식인다운 정의감과 현실비판 의식 및 그에 입각한 언행들이 어이없게도 반국가적 행위로 조작되었다. 독서회나 경제복지회 등 학구적 모임을 반국가단체로 몰았는가 하면, 학우ㆍ친지들간의 만남과 담론은 국가보안법상의 회합, 동조에 불고지죄까지 뒤집어썼다. 서로 책을 빌려본 것조차도 이적행위로 기소되었다. 그들은 물론 법정에서 그런 공소사실을 한결같이 부인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중형을 받고 말았다. (주석 16)


19명의 변호인들이 각기 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았으나 김종태ㆍ이문규 등은 사형이 집행되고 대부분 피고인들은 장기형이 선고되었다. 한승헌의 노인영 피고인에 대한 <항소 이유서>에서 그가 맡았던 3인의 경우를 살필 수 있다. 

항소 이유서


1. 즉, 원판결을 보면 피고인은 독서회와 민족해방 전선과 같은 반국가 단체를 구성하였고(판시②, ⑲)라고 되어 있으나

가. 피고인이 신영복과 더불어 독서회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독서를 통한 학구적인 절차탁마에 그 본의가 있었던 것이지 결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만든 반국가단체가 아니었습니다. 

설령 그들의 모임에서 현실 비판조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국가변란의 목적이 있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3인이 서책을 서로 바꾸어 보며 또 다방에서만 만났을 뿐이므로 결사나 집단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나. 민족해방전선이란 단체는 더구나 만든 일이 없으며 그런 이름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오직 피고인은 전시 신영복, 이수인 등과 자주 만나 여러 가지 담론을 나누곤 하던 차에 신이 우리 서클의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말에 단지 3인이 이렇게 그저 만나는 것인데 무슨 이름이 필요하냐고 반박했으며 만일 원판결 설시처럼 지하당 운운의 말이 나왔다면 사람의 출입이 빈번한 공개영업장소인 다방같은 데서만 만날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민족해방전선 운운하는 말조차 논의된 바 없었고 하물며 그런 단체를 구성한 바는 더구나 없습니다. (주석 17)


주석
15> <정치재판의 현장>, 109쪽.
16> <실록(1)>, 214쪽.
17> 앞의 책, 219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 #한승헌변호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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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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