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강가 초원에서 초원을 응시하는 석인상. 머리가 잘려있어 목례 후 원상회복한 석인상 모습이다.
오문수
초원을 굽어보는 석인상 대부분은 발에 신발을 신고 모자를 썼다. 그 중 2개는 수흐바타르 박물관으로 이전해 전시 중이라고 한다. 동행한 고조선유적답사단 안동립 단장이 목례를 한 후땅바닥에 떨어져있던 머리를 원위치에 복원하자 옛모습이 드러났다.
사람이 거의 살고 있지 않는 초원에 서있는 석인상이 왜 머리가 잘렸을까? 머리 잘린 석인상에 대해 <알타이의 제사유적>의 저자 블라지미르 D. 꾸바레프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와 중부아시아의 많은 연구가들은 석상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특수한 파괴현상에 대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이러한 현상이 튀르크인의 적들과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세메레치예' 지역에는 우상숭배를 반대하는 이슬람인들이 유목민족의 세계로 침투하였다.
다른 연구자에 의하면 현대 튀르크어족의 주민들은 째려보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또한 석상이 사람이나 가축 등에 해를 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석상의 머리 부분을 부수었으며 완전히 없애거나 땅속에 파묻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람트석인상이 간직한 비밀은?
해질 무렵이 되자 일행은 초조해졌다. 동몽골을 찾은 가장 커다란 목표 중 하나인 '람트(Lamt)석인상'을 찾아야하기 때문이었다. GPS를 보며 길도 없는 초원을 한참 헤매다 젊은 유목민을 만나 석인상을 물으니 "이 근방에 그런게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한다. 무관심한 그들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데 저 멀리 두 개의 석인상이 보인다.
모자를 쓰고 가까이 서있는 키 110cm의 석인상은 한손에 그릇을 들고 있었고 뒤편에는 무덤을 발굴한 흔적이 보인다. '람트석인상'은 13~14세기 몽골의 역사와 문화 민족을 추정해볼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다.
사암으로 만든 석인상은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오른손에 그릇을 들고 의자에 앉아있다. 다른 석인상과 차이가 나는 것은 모자에 매듭 장식이 있었다. 평화로운 몽골 가정을 묘사한 이 석인상은 몽골에서 여태껏 본 석인상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국경경비대 군인 하나가 다가와 카메라를 보잔다. 카메라 속 사진이래야 석인상과 아름다운 경치가 전부인데도 부대로 가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