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현2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단식행동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이가현: "알바노조 활동을 할 때 선배들이 공동의 목표를 정치(활동)를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노동당에 가입을 했고, 청년학생위원회와 마포 당원협의회에서 정당활동을 시작했다."
- 페미니즘정당(이하 '페미당')을 창당하려 하고 있다.
이가현: "당시 노동당 여성위원회가 여성당원 캠프나 강의를 개최했는데 당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여성위원회 활동이 중앙당 차원의 변화, 즉 남성 중심의 인적 구성이나 문화의 변화로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중장년 남성당원과 청년 여성당원 간에 감수성 차이가 커서 크고 작은 성희롱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문제제기하기도 어려웠고 당 차원의 대책 마련도 되지 못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 즈음 청년 남성당원의 데이트폭력 사건들도 공론화됐다. 그리고 당직선거에서 정규직 해고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당대표에 출마했던 남성후보에게 '여성청년 비정규직을 대변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는데 "내가 그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방식으로 답했다. 당시에는 노동을 이야기할 때 여성 노동자가 배제된다고 느꼈고, 당의 인적 구조와 문화를 성평등하게 바꾸지 않고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당 내에서 젠더의제나 페미니즘 관점의 노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이 사람들과 노동당을 탈당했고, 당 밖의 다른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페미당을 준비하게 됐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게 더 확장성이 있다"
- 페미당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가현: "페미니즘은 가치관과 세계관의 문제다. 페미니즘 정치는 소외된 사람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의 세계관을 풍부하게 확장시킨다. 페미니즘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페미니즘을 여성의 일로 한정해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그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고 바꿔내려고 시도하는 게 더 확장성이 있다."
- 페미당이 아직 창당되지 않았다. 현재는 정치실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의 시도가 어떤 의미가 있나.
이가현: "이전에는 정의당이나 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들한테 젠더의제를 다뤄달라고 요구했다면, 이제는 페미당을 만들어 이 안에서 젠더의제를 다루면 되겠구나라는 상상과 실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조직이 있다는 사실이 다른 정당에서 고군분투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와 당원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여러 정당의 페미니스트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아직 창당을 하지 못한 페미당의 현 상황은 정당법과 같은 정치제도가 소수 정치집단의 세력화를 막는 제도적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당으로 등록을 하려면 5개 광역시/도에서 각 1000명씩, 전체 5000명 이상을 당원으로 모집해야 하고, 반드시 수도에 중앙당 사무소를 두어야 한다. 왜 5개 지역이고, 5000명을 모아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등록을 못하면 정당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 사실상 정당 설립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는 셈이다."
- 페미당보다 여성의당이 먼저 창당됐다.
이가현: "여성을 위한 여성의 정당을 만들려는 초기단계 모임에 참여했는데 페미당의 정체성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페미당 활동가들도 여성의당 창당과정 초반에 참여했는데 함께 정당 목표를 설정하는 모임에서 참가자 몇 명이 '젠더론 아웃' 등의 혐오발언을 했다. 여성의당 창당주비위 일부에서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던 것 같지만 구성원들의 일탈로 치부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여성이라는 빈 기표에 무엇이라도 담을 수 있으니, 일단 페미당도 합류해서 창당한 후에 바꿔보자는 식이었다.
또한 먼저 창준위에 돌입한 페미당과의 통합절차에 있어서도 페미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페미당 활동가들이 여성의당에 합류한다 해도 목소리를 내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여성의당으로의 일방적인 통합을 주장하는 여성의당 창당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당원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당원전체회의를 열었다. 당원들의 논의와 투표를 통해 여성의당 창당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당을 그릇이라고 했을 때, 여성의당은 일단 그릇부터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면, 페미당은 어떤 그릇을 만들어야 할지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부분이 달랐고, 그래서 여성의당이 먼저 창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여성의당이 여성정치 세력화의 구심점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개혁을 외치는 대안세력이라면, 조직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 했을 때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의당에서 있었던 여러 논란들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지려고 한다기보다는 문제를 감싸고 정당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당은 여성을 대표하겠다고 나온 집단이었다. 때문에 모두가 이들을 대안세력이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페미당 창당을 위해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이가현: "저를 부르는 곳이나 필요로 하는 곳에 열심히 참여하고, 그 공간에서 기회가 되면 페미당 홍보를 한다. 제가 감독이나 당사자로 참여한 영화들이 몇 편 있는데 그 영화와 관련된 상영회에 참여해 정치 이야기하면서 페미당도 언급한다. 그런 자리를 통해 회원이 한두 명씩 늘어가고 있다.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페미당 강령이 좋아서, 논평이 좋아서, 정치인이 좋아서 가입하는 사람이 한 사람씩 늘면서 창당이 될 것이고, 그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페미니즘이라는 선명성이 더 필요한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