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범 지휘자.
최미향
- 지난 9월 '에우테르페 앙상블 오케스트라 제4회 정기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당시 걱정했던 관객들도 더러 계셨다던데.
'음악은 예술 중에서 가장 느끼기 쉬운 분야다, 그냥 온 세포로 느끼면 된다.' 이 말은 지난 9월 에우테르페 앙상블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때 강조해서 말씀드린 음악 감상 방법이다.
처음 협연자도 없이 심포니로만 공연한다니까 주변에서 '우리는 시민 수준이 너무 낮아 음악을 이해할 줄 모르니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또 '음악회에 어떤 복장으로 가야 하느냐?'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느냐?'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 팝스 오케스트라가 좋더라' 등 공연 전에 많은 분이 거부감을 가졌다.
하지만 공연 후 관객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많이 들어본 음악으로 감동적이었다며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렵다고 하는 건 이런 것이다.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데 꼭 드레스를 입고 가서 전·후식 스푼을 격식에 맞게 사용하고, 여성분께 의자를 빼 주는 등 모든 것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기 맛을 아는 것은 꼭 격식을 갖추고 호텔에서만 먹어야만 가능한가. 이런 알 수 없는 이론을 갖다 붙인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 그렇다면 클래식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일부 음악가들이 자신들을 위한 음악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 독일어 오페라만 고집하는 성악가들이 문제다.
독일에 가면 모든 오페라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공연하는 곳이 있다. 독일 사람 중에 이탈리아어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 우리와 비슷할 거다. 그런데 그들은 원어로 하는 곳과 자국어로 하는 곳 두 개의 오페라를 공연한다. 얼마나 합리적인가. 우리나라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탈리아어를 노래하고 '나는 고퀄리티'라고 우쭐해 한다. 일테면 그들만의 공연 잔치로 끝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처음 뮤지컬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예술의 전당에서 6개월 이상 외국 가수들이 원어로 공연을 하며 전석 매진을 했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한국어로 번역해서 라이센스 비용만 주고 공연을 하였고, 모두가 보고 싶은 공연이 됐다. 수십 년이나 앞서서 정착한 클래식보다 '대중에게 다가간 쌍방향 교류'가 더욱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오페라의 경우는 어떤가. 관중이 외면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그래 너 잘났다. 난 무식하니 안 갈래" 이런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서산 공연 때는 다들 좋았다고 한다. 이날, 1악장과 2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안 되는데 감동을 받은 관중이 손뼉을 치니까 모두 따라 (박수)쳤다. 이를 제지하지 않고 지휘자는 뒤돌아서서 인사를 했다. 보통의 경우는 박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만 그러면 (박수)친 관중은 '아, 치면 안 되는구나!' 하고 그제야 머쓱하게 되고, 또 관중은 관중대로 '아 다음부터 오지 말아야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음악회마다 박수 때문에 등 돌린 관중은 얼마나 될까? 이미 악장 사이에 음악의 연계된 템포는 끝이 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관중에게 뒤돌아서서 인사를 받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다. 관습보다 관중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