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남소연
하지만 참사를 근거로 적어도 행안부장관을 문책하는 것은 결코 막연한 일이 아니다. 이번 참사에 대해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다름 아닌 행안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제34조는 행안부장관의 임무로 지자체 사무, 치안·경찰 사무, 소방 사무 등과 더불어 재난안전 사무 등을 열거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된 업무들이 이처럼 하나 같이 행안부장관과 연결되기 때문에, 적어도 이상민 장관을 문책하지 않고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이 주도한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이번 참사와 이상민을 한층 강하게 묶고 있다. 종전에는 행안부장관이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찰 사무에 관여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일선 경찰과 국민적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한 지난 8월 2일의 경찰국 설치 및 경찰청장 지휘규칙 시행으로 인해 행안부장관과 경찰은 한층 긴밀하게 됐다. 8월 2일 조치는 경찰에 대한 행안부장관의 권한만 높이는 게 아니라, 경찰로 인한 행안부장관의 책임까지 함께 높여줬다.
정부조직법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의 존재는, 적어도 '이상민 행안부장관 문책'만큼은 윤 대통령 막연한 책임 지우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막연하지 않은 일을 막연하다며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의 문책 요구를 막연한 책임 지우기로 규정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에 대한 그의 인식을 드러낸다. 행안부장관 등에 대한 문책이 '막연한 책임 지우기'라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은, 이들에게서 구체적 책임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냐는 대통령의 생각을 표출시킨다. 행안부장관에게서 구체적 책임을 발견하기 어렵다면, 행안부장관을 지휘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서도 구체적 책임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책임' 소재는 어디인가... 그 발언에 깔린 견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3개 종교를 순회한 뒤에 나온 7일 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막연한 책임 운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7일 이전에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일련의 발언을 했는가를 느끼게 만든다.
그가 대통령인 자신에게도 명확한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7일 이전의 각종 발언에서 국가권력과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명확한 시인이 없었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랬기에 7일 회의에서 대통령 자신이 아닌 경찰들을 나무라는 장면을 연출하게 됐으리라 볼 수 있다(관련 기사:
비공개 회의서도 경찰 질타, 윤 대통령 "납득이 안 된다" http://omn.kr/21iot ).
그런데 이번 참사에선 국가권력과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 잘못이 명확히 드러났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이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그 인과관계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막연한 문책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 정부를 향해 쏟아지는 문제제기는 '막연한 문책'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국가시대의 국가권력을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명령을 받고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대표한다. 국민의 안전이 시스템 미비로 인해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와 고위급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은 막연하지 않고 당연하다. 굳이 현대사회를 들먹이지 않아도 통용되는 상식이다.
이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열흘이 지나도록 자신과 국가권력의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번 일의 책임 소재에 대해 그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국가권력은 국민들이 당한 변고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불철저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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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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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책임'... 대통령, 심각성 알고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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