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 기간 끝났지만, 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이태원역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유성호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사후 세계를 믿지도 않고 영혼의 존재 유무에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생전의 엄마가 바랐던 것처럼 천국이 있어서 엄마의 영혼이 그곳에 다다랐기를 빌었습니다.
장례식 때 엄마의 영정을 들고 평소 엄마가 다녔던 교회 예배당에 갔을 때는 엄마의 영혼이 그곳에 함께 와 있을 것이라 여겼고, 그 생각이 나에게 조금은 위안을 주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우연이겠지만 제가 회원으로 있는 인문학공동체 인문공간 세종에서는 마침 <사자의 서>를 한 달 넘게 읽고 있었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옮긴 <티벳 사자의 서>는 사자(死者)가 사후 세계에 들어섰을 때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사자에게 길을 안내하는 경전입니다.
'바르도'라고 하는 세계는 임종의 순간으로부터 다시 환생할 때까지 머무는 사후의 중간 상태를 말합니다. 바르도에 의식(영혼)이 머무는 동안 즉, 사자의 숨이 멈춘 후 49일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설명하며 그동안 사자가 듣기만 해도 윤회의 굴레를 끊고 영원한 자유를 얻게 한다는 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에서는 사자의 시신이 없더라도 그가 평소 사용하던 물건들 앞에서 읽거나 사자의 영혼이 곁에 있다고 떠올리며 읽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불교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자가 생전에 믿었던 스승이나 신에게 영혼을 인도하는 기도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모임에서 <티벳 사자의 서>를 함께 읽던 분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에게 '임종을 맞은 그대에게 <사자의 서>의 구절을 바친다'라고 쓴 글을 읽고 울컥함과 동시에 이태원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희생자들도 고귀하게 태어났으며 그의 영혼이 아직 바르도에 떠돌고 있다면 이제 원망을 버리고 "사후세계에서 존재의 근원과 하나가 되어 어떤 모습으로든지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나리라"(파드마 삼바바 지음, 류시화 엮음, <티벳 사자의 서>, 정신세계사)라고 자비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영원한 자유에 이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