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영 작가 작품 '한해를 마감하며'
김하영
- 평소 감상하던 작품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예사롭지 않은데.
"종교가 아닌 듯한 종교화를 완성해보고 싶었다. 시작도 기독교 미술작가로 먼저 데뷔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 도착하면서 종교화를 벗어나 보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라 사람들은 60% 이상이 이슬람 종교를 가지고 있어, 함부로 개신교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빛깔과 함께 나무조차도 종교화로 보는 에티오피아인들을 보면서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 나라 색감을 익혀보려고 노력했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이 대부분 그런 작품들이다."
-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목회자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계기가 있는지.
"계기라기보다 원래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저희 집안은 3대가 목회자 집안이다. 신학대학을 들어가기 전부터 저는 작품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다. 졸업을 했는데도 그림을 놓지 못하겠더라. 너무 그리고 싶어서 작가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일부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목회자의 길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하시기도 했다. 저 또한 그럴까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저도 같이 동화되어 작품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더라. 고민을 많이 하다 결국 졸업 후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 주로 옷감 천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했는데, 이유는?
"에티오피아에는 캔버스가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가구 만드는 데 가서 틀을 제작하여 그 위에 옷감 천을 뒤집어씌워 작품을 그렸다. 하지만 유리 액자를 끼우지 않으면 빨리 삭아버리는 게 단점이었다. 물감도 그 나라 제품을 사서 손으로 그렸다. 너무 탁해지는 걸 보고 일부 작품은 직접 한국에서 아크릴 물감을 지원받아 다시 그려 넣기도 했다. 처음 그린 것에서 조금씩 바뀌게 된 이유기도 하다."
- '가장 아프리카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했다는데.
"많은 분이 작품을 사실 때 '가장 아프리카다운 작품'을 사가기를 원하셨다. 저는 어떤 것이 아프리카다운 그림일까 고민하다 드디어 느낌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생활과 함께 신앙이 깃든 작품이었다. 아프리카라는 나라는 문화 자체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다.
저는 2017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아프리카에 있었다. 그 나라에는 12월 다음에 13월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나라와는 좀 달랐다. 이 작품들을 봐달라. 배경이 모두 알록달록하다. 모두 그 나라 전통 옷감인 염색 천에다 각 지방의 여인들이 광장에 새해 첫 새벽 촛불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다.
첫 번째 여인은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여인, 두 번째는 호수 근처에 있는 도시 아와사에 사는 여인을 모티브로 그렸다. 세 번째 여인은 커피 원두로 유명한 고장 예가체프 여인이 기도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