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을 아껴쓰고 싶은 마음에 샌드위치로 때워도 시간은 금세 흐른다.
최은경
그러니 자연스레 휴직 후 기다렸던 것 중 하나가 점심시간이었다. 드디어 꿈만 같던 두 시간의 점심시간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점심시간을 지정할 수도 있었고, 업무에 쫓기지 않고 점심시간을 누릴 수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에 달려가지 않아도 되었다. 먹기 싫은 메뉴를 억지로 먹을 필요도 없었다. 먹고 싶은 메뉴를 고민하고,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넣어 요리했다. 빨리 먹고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천천히 음식을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점심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갔다. 계획대로라면 분명 밥 먹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밥 먹고 은행도 다녀올 수 있고, 밥 먹고 책도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왜 밥 먹고, 그릇을 치우고,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나면 두 시간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거지?
나는 머리를 굴려 가며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뭐 먹을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썼나? 요리하는데 너무 시간이 걸렸나? 아니면 휴대폰을 보며 먹느라 늦었나?' 시간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이전처럼 조급한 점심시간이 되고 있었다.
동료의 말이 맞았다. 점심시간이 늘어나도, 점심시간은 항상 짧은 시간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휴직하면 점심시간이 길어서 좋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짧더라고. 그랬더니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던 초등생 아이도 반색하며 끼어들었다.
"엄마도 그래? 나도 점심시간이 제일 짧아. 그런데 점심시간이 제일 신나!"
시간의 속도는 나이의 제곱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이 아쉬울 터인데, 그럴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이다. 점심시간도 그렇다. 점심시간은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빨리 흘러가는 점심시간을 아쉬워하고 서두르기보다 아이처럼 반겨주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점심시간은 매력적이다. 점심시간을 만나기 전부터 설렌다. 점심을 먹고 여유를 누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힘이 난다. 만나기 전, 만나서, 그리고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달콤한 시간이다.
시간은 절대적인 존재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이기도 하다. 짧지만 소중한 점심시간.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도 좋고, 가벼운 운동을 해도 좋고, 처리해야 할 일을 해도 좋다. 대신 빨리 흘러가는 시간에 아쉬워하기보다, 그 순간을 즐기시기를.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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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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