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숙 화가(왼쪽)를 만난 초보 화가 염갑순 할머니(오른쪽)
염갑순
"아흔 살 할머니의 행복한 인생이 충만해 있습니다. 색감과 기술도 독학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지난 20일, 동양화가 최성숙씨가 경남 양산 북부동 한 표구점에서 전시회를 앞둔 염갑순 할머니를 따스히 안으며 말했다.
고인이 된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아내인 화가 최성숙씨는 염 할머니 둘째 아들 이종국씨와 인연으로 할머니의 작품을 접했다. 그리고는 곧 할머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후 최씨는 할머니를 만나 점심을 먹고, 차도 같이 마시면서 할머니의 모든 창작품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문신아트(주)가 매입하겠다고 깜짝 제안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작가들이 할머니 예술혼을 본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전시는 물론 티셔츠와 가방 등 상품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유명 화가도 반한 그림을 그린 주인공, 염 할머니는 올해로 아흔이다. 3남 1녀의 자식들은 모두 중년이다. 자식들이 장성하는 동안 할머니에게 배움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사실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큰아버지가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을 반대해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자식을 키우고 아내와 엄마로 지내던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집에서 돌보다 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마음이 저렸다. 우울증이었다. 이를 지켜본 의사와 아들은 할머니에게 당신이 어릴 때 곧잘 했던 그림을 권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할머니는 다시 붓을 쥐었다. 그림 실력을 되살려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다. 어머니 재능을 눈여겨본 아들들은 스케치북과 색연필, 물감, 참고용 사진과 그림을 가져다주며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