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매시 햄버거
김준민
미국 생활도 해보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본 덕분에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 등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미국의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맛볼 기회가 있었고, 심지어 햄버거가 이름을 따온 함부르크에서도 햄버거를 먹어보기까지 했다(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명성 있는 여러 햄버거 가게를 다녀봤지만, 만족스럽게 먹었던 곳은 손에 꼽을 수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압구정로데오의 한복판에 있다.
널찍하게 난 통창으로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에 위치한 가게에 힙합 음악과 모던한 미국식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가게는 점심때쯤 해가 잘 들어서 사진 찍기에 딱 좋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판매하는 햄버거의 종류는 기본 버거와 치즈버거, 매콤한 치폴레 버거와 치킨버거 등이 있고, 한국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오레오 프라이즈와 양송이 튀김부터 칠리를 얹은 감자튀김까지 사이드 종류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오레오 프라이즈 이거 인터넷에서 미국 애들이 먹는 거만 봤는데 한국에서도 실제로 파는구나…"
"하나 시켜볼까?"
"궁금하기는 한데 우리 햄버거에 이거까지 먹으면 혈관 막힐 거 같아. 그냥 칠리치즈 올라간 감자튀김 하나 시켜서 나눠 먹자."
오랜만에 만난 터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주문한 햄버거와 프라이가 같이 나왔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사진 찍기 좋게 빈티지한 접시에 나오는 햄버거는 참깨가 듬뿍 올라간 번과 납작하게 구워낸 패티와 그 위에 녹아있는 치즈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햄버거의 패티를 얇게 눌러서 구워 주는 것을 스매시 스타일 햄버거라고 부르는데, 패티를 뜨거운 불판에 눌러서 바삭하게 크러스트가 생기도록 굽는 게 특색 있는 조리 방식이다.
사진을 다 찍었으면 이제 햄버거를 손에 안 묻히고 먹을 수 있도록 함께 나온 종이 포장지에 넣어서 먹어 본다. 부드러운 번과 바싹하게 구워진 패티 위에 살포시 녹아내린 치즈에 더해 살짝 구워진 양파가 패스트푸드 햄버거의 매운 양파 맛과 달리 달큰한 맛을 내서 더욱더 인상적이다. 함께 나온 칠리치즈 프라이도 위의 꾸덕꾸덕한 치즈와 칠리가 조화를 이뤄서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비록 짧은 점심시간 때문에 식사 후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여유도 없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챙겼지만, 다음에는 내가 친구네 회사로 놀러가겠다는 약속을 하며 친구를 보내야 했다.
회사에 다니고 가정을 꾸리며 각자의 삶이 바쁘기에 옛날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만큼 같이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도 만나면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비록 짧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럼에도 얼굴을 봤다는 데 의미가 있는 친구들.
매일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고 점심시간이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친구와의 점심시간처럼 이렇게 한 번씩 다양한 변주를 찾아 삶을 꾸려 나간다. 그렇기에 다음 번 친구를 만날 시간을 기대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홀짝이며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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