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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도 공부하러... 그만큼 이중언어 의지 강한 것"

'두 언어' 교육환경,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②

등록 2022.11.28 10:50수정 2022.1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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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어린이집에서 이중언어 가르치면 어떨까요?" http://omn.kr/21scl

다문화 특성화로 찾아오는 보육 환경 만들어지길
- 안내 행복한 어린이집 김은주 원장
 
 충북 옥천 안내 행복한 어린이집 김은주 원장
충북 옥천 안내 행복한 어린이집 김은주 원장월간 옥이네
 
"저희 어린이집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전체 아동의 70% 이상입니다. 만 0~1세부터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 특성상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영아부터 갓 말을 시작하려는 유아들도 이곳에서 돌봄을 받죠. 이 시기부터 조금씩 교육한다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두 가지 언어를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부모가 이른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 들녘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농촌 가정의 특성상 면 지역 어린이집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연령의 영유아 돌봄과 보육을 담당한다. 안내면 행복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은주 원장은 "어린이집 일과를 활용해 언어 활동을 한다면 이중언어 습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 같은 게 생기면 좋죠. 어린 시기부터 이중언어를 교육하면 습득도 빠를 테고, 자연스럽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면서 차별 예방도 할 수 있죠. 이주여성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테고요. 우리 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일하고 보람도 얻으며 사회에 적응할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결혼이주여성들이 평소에는 아동을 돌보는 보육보조교사 업무를 담당하며, 자연스레 이중언어 환경도 조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김은주 원장의 의견. 한국어, 모국어 두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주여성은 다문화 아동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김은주 원장은 이렇게 이중언어 보육 환경을 조성해 특성화한다면 관련 교육이 필요한 가정에서 찾아오는 어린이집, 나아가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밝혔다.

"면에 아이들이 없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죠. 실제로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멀리 읍내까지 보내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청성면 교육 이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교육은 중요한 정주 여건 중 하나죠. 작은 마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교육, 더 필요한 교육을 찾는다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될 거예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특성과 강점을 이해하고 엄마는 엄마의 모국어로, 아빠는 한국어로 자녀를 양육할 때 더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깊은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연락드리면 실제론 큰일이 아니어도 걱정이 많으시죠. 저희가 상황을 잘 설명해드리려고 해도 한국어가 서툰 분들은 이해가 어려우시거든요. 그럼 '싸웠다'나 '넘어졌다'같은 말만 알아듣고 더 걱정하거나 오해하게 되는 거예요. 자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겪는 일이 얼마나 걱정되겠어요. 그런데 자녀들이 엄마와 충분히 소통 가능하면 유치원에서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고, 오늘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도 말할 수 있겠죠."


1년 내내 엄마 나라 언어 배울 수 있도록 할게요
-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Vũ Thị Thanh Hoa(부티탄화) 회장

 
 충북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 회장
충북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 부티탄화 회장월간 옥이네
 
"지금 옥천에도 자녀와 베트남어로 소통할 수 있는 몇 가정 있어요. '한국어가 느릴까봐' 걱정하며 조급해하기 보다 자녀와 속 깊은 이야기 나누는 걸 선택한 거죠. 그 엄마는 출산하기 전부터 두 가지 언어로 소통하기로 마음 먹었고, 어떻게하면 두 언어 모두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이었죠. 주양육자가 주로 엄마고, 아이가 무슨 일 겪는지 엄마가 모르면 안되니까요.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잖아요. 학교에서 겪는 일, 어린이집에서 겪는 일 엄마와 다 얘기할 수 있어야죠. 그래야 엄마와 아이 사이에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거고요."

옥천군결혼이주여성협의회(이하 협의회) 부티탄화 회장은 양육자와 자녀 간의 소통이 한 가정의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중언어 환경 조성에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나 방식이 뭔지 파악해야죠. 예를 들어 올해 협의회가 진행한 '베트남어 교실' 수업 참여율 엄청 좋았죠. 토요일 아침 일찍하는 데도 10명 넘게 와요. 이것만 봐도 자녀들도 관심 있고, 엄마도 이중언어 가르치고 싶다는 의지 강한 거예요.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재개된 고국방문지원사업도 중요하죠. 외갓집 식구들과 만나 엄마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고, 이중언어 배움에 대한 동기부여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어 방문 수업도 반응이 좋은 수업인데, 이중언어 방문 수업은 거의 없죠.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도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좋을 것 같고요." 

베트남어 교실은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회가 직접 발을 벗고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평생학습원 두드림서비스사업으로 2년 연속 지원받았지만, 사업의 특성상 단발적일 수밖에 없고 체계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 

"수업이 꾸준히 계속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알파벳 배우고 인사말 배우고 수업이 끝나버리면 다음에도 계속 같은 걸 반복해야 하니까 가기 싫어질 수도 있죠. 언어는 조금씩 꾸준히 습득하는 게 중요하니까 흐름이 끊기거나 하면 안돼요."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지역 이주여성들이 양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해소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일단 공간이 필요하죠. 공간이 있어야 이중언어 교육이든, 강사 양성 교육이든 뭐든 해볼 수 있으니까요. 가족 내 언어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데 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이뿐일까요? 그래서 모여서 어려움도 나누고 프로그램도 함께 고민하는 쉼터 같은 공간이 필요한 거죠. 쉼터가 생긴다면 공동육아나 이중언어 교육처럼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겠죠?"

이에 더해 내년에는 행복교육지구 주민 제안 사업 중 하나인 마을아카데미 사업 공모 계획도 전했다. 마을 교육을 통해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한 이중언어 교육을 체계적이고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것. 

"1년 내내 '엄마 나라 언어' 교육 환경 만들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거고요. 자녀 교육에 필요한 정보도 나누고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사업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중언어 교육방법 고민된다면, 가족센터 찾아보세요
- 옥천군가족센터 이중언어 코치 이수지씨

 
 충북 옥천군 가정센터 이중언어코치 이수지씨
충북 옥천군 가정센터 이중언어코치 이수지씨월간 옥이네
 
이주배경 가정 내 이중언어 환경을 장려하기 위해 옥천군가족센터에서도 '이중언어 환경조성사업(다문화가족사업팀)'을 운영한다. 이수지씨는 옥천군가족센터에서 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을 담당하며 이중언어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중언어를 교육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혼자 고민하거나 과연 아이가 두 언어를 한번에 습득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요. 그럴 때 주저하지 말고 가족센터에 방문해보시면 좋겠어요."

이중언어 코치는 이주배경 가정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중언어 사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육아나 양육에 필요한 정보를 소개하고, 손놀이와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언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상담도 이수지씨의 역할 중 하나.

"언어는 단기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보니 발달 시기에 맞는 흥미를 유발해 반응을 유도하는 게 중요해요. 프로그램을 통해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그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엄마와 자녀 모두에게 성장의 자신감을 심어주고,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요. "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은 출신국과 거주지 등을 파악해 그룹별로 진행한다. 한 그룹에 너무 많은 참여자들이 몰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업과 가정환경 등을 이유로 참여율을 유지하기 쉽지않다는 것이 이수지씨의 말.

"깊은 교감과 소통으로 쌓는 부모 자녀 간의 신뢰와 애착관계는 자녀의 성장에 중요해요. 그런데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참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거죠. 언어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소통을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기에 센터에서도 주말을 활용한다거나 면에 찾아가 진행하는 등 어떻게 하면 많은 가정이 참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옥천군가족센터를 찾을 이유는 또 있다. 이곳(가족센터 사무실 앞)에 마련된 '작은공부방(다문화 도서 보유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옥천군가족센터(당시 옥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하는 작은도서관지원사업 '건강보험 Zone'에 선정되며 만들어진 공간으로, 현재 일본·중국·베트남·태국어 등의 그림책과 동화책, 전래동화책과 육아 관련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장서를 지원받아 도서 상태와 질도 우수한 편이다.

옥천군가족센터 건강가정사업팀 전옥영 담당자는 "도서뿐 아니라 어머님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는 동안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돌봄도 맡아주신다. 보행기 등도 마련돼 있으니 필요할 때 찾아주셨으면 한다"며 "도서도 읽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이 공간을 찾을 수 있도록 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월간옥이네 통권 65호(2022년 11월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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