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자택에서 만난 아버지는 이태원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딸의 방 앞에서 딸과 함께 기르던 반려견을 안고 처음 소식을 접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희훈
'쾅쾅쾅!'
새벽 2시,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누가 집을 착각했나...' 일요일이었지만 3시간 뒤 출근을 앞두고 있던 아버지(53)는 잠을 이어갔다. 곧이어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어? 뭐지?' 전화벨이 끊어질 무렵 가슴에 알 수 없는 무엇이 턱 얹혔다.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경찰서입니다. 1997년 ◯월 ◯일생 고○○ 학생 집 맞나요?"
"예, 맞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부녀의 현관문
끼이익. 현관문이 열렸다.
"무슨 일입니까?"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경찰서로 전화해보세요."
"무슨 일인데요?"
"가셔서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답니다."
경찰관은 이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는 생각했다. '시비에 휘말린 걸까?' 그것 말곤 딸(25)이 경찰서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추궁하자 경찰관의 입에서 '이태원'이란 단어가 나왔다.
"아니,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하세요. 다 큰 성인인데 무슨 신원 확인을 합니까?"
"이태원에서 사고가 나 따님을 병원으로 호송했답니다."
'이태원? 이태원에서 왜?' 전날인 토요일에도 일을 했던 아버지는 느지막이 집에 와 가볍게 식사를 한 뒤 곧장 잠을 청했다. TV를 켤 틈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볼 새도 없었다. 딸이 오후 6시 31분 보낸 마지막 메시지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메시지 끝엔 하트가 붙어 있었다.
"아빠 저 오늘 □□(친구)랑 같이 놀다가 □□네서 잘 것 같습니당ㅎㅅㅎ 오늘 집 올 때 조심해서 오십쇼♥"
경찰관이 떠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병원 응급실입니다. 고◯◯님 아버님이시죠? 언제 오세요?"
"네, 갑니다, 갑니다."
"따님이 다른 방에 가 있습니다."
'다른 방?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현관문을 나섰다. 주차장도, 차도 그대로였다. 아버지만 여느 날과 달랐다. 백 번, 천 번 운전했던 곳이었는데 가만히 서 있던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메모장을 뜯어 연락처와 주소를 남기고 서둘러 차를 몰았다.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고◯◯님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입니다.' 잠시 희망을 품었다. '얘가 살아있긴 하구나.'
병원에 도착했다. 딸이 가 있다는 '다른 방'은 영안실이었다. 2022년 10월 30일 동이 틀 무렵, 아버지는 우주를 잃었다.
딸 방을 치우지 못하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