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어공부법을 찾기 위해 한 장 한 장 공을 들였다.
이영실
바로 영문법 책을 사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든 문장을 영작했다. 매일 영어 원서를 소리 내어 읽고, 영어 일기를 써 나갔으며,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책에서 배운 영어 공부법을 적용하기 보다, 영어를 익히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닥치는대로 시도하고 몸으로 익히며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이렇게 영어 실력을 올리는 노력을 하며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놀이터에서 만난 노란 머리 아이의 부모와 수다도 떨어보고, 여행 박람회에서 외국인 가이드에게 원하는 질문을 하며 무려 30분이 넘는 긴 대화를 해 보기도 하고, 서울에 놀러온 외국인 친구의 투어 가이드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외국인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필요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남의 영어 공부 수기만 쫓았더라면 전혀 얻을 수 없는 경험이며 능력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알게 됐다. 책에서 말하는 영어 공부법은 그들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님을. 나의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물 속에 뛰어들 듯 풍덩 그 세계로 뛰어 들어 하나하나 내가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몸이 알아야 진짜다
"접영 한 번 해 보세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요?"
"그럼 안 하실 거예요?"
독학으로 수영을 배운 후 처음으로 강습에 갔다. 실력 파악을 위해 네 가지 영법을 한 번씩 해 보라 하셨는데, 접영에서 막혔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물만 먹다가 포기 했던지라 해 본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 다른 영법을 충분히 잘하고 접영도 본게 있으니 가능할 거라며 강사님은 무작정 출발을 외쳤다.
못한다는데 왜 자꾸 그러나 싶었지만 열심히는 했다. 영상에서 본 기초 자세, 다른 사람들이 멋지게 물을 차고 나가는 모습 등을 떠올리며, 돌고래가 된 것처럼 두 다리로 물을 찼다. 계속 발로 물을 밀다보니 무언가 알 것 같았다. 두 발이 물을 누르고 올라가는 느낌, 몸이 S자를 그리며 웨이브를 타는 느낌, 두 팔로 동시에 물을 밀어내는 느낌과 그 순간 몸이 앞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온 몸에 전해졌다. 오! 이건가봐!!
잘 모르겠던 감각들이 밀려옴과 동시에 평영을 배울 때가 생각났다. 평영은 발바닥으로 물을 밀어내는 능력이 관건이라 했지만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그 느낌을 알 수가 없었다. 몇 달이 지나고 평영이 익숙해진 다음에야 그 설명과 느낌을 이해하게 되었다.
몸으로 배우는 일은 아무리 설명해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백번 설명을 해봐야, 머리가 아는 것이지 몸이 아는 것이 아니니까. 강사님은 물 속에서 직접 부딪치며 얻는 감각이 진짜란 걸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연말 결산 시즌을 맞아 한 해를 리뷰하자니, 지나간 일들이 한 올 한 올 일어난다. 특히 배움에 관한 생각들인데, 올해의 키워드가 배움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배웠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닥치는 대로 지식과 정보를 흡수했는데, 공부하러 다니느라 피곤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여 얻은 게 무어냐는 질문엔 마음이 무겁다. 지난 1년의 나는, 수영을 빨리 배우고 싶어서 유튜브만 반복해서 보든, 영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서 남의 공부법만 탐하든, 과거의 나와 별 다를 게 없어서다. 내가 원했던 건 머릿속을 꽉 채운 지식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공부에 열심인 나에게 왜 현장에 뛰어들지 않느냐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다시 보니 '뛰어들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힘들고 싶지 않아서'가 나의 진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진심을 마주하며 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음을, 뛰어들어야 할 때임을 직감한다. 다시 시작하기 좋은 때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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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영 강습 받던 날, 내가 거짓말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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