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9일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조속한 손해배상금 지급 확정 판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유성호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기업 편향성은 노동문제 이외의 여타 현안들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관계서도 그런 불공정성이 표출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의 밑바당에서도 일종의 '대기업 프렌들리'를 느낄 수 있다.
삼각 협력체제의 일환으로 윤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를 적당히 봉합하려 한다. 이에 관한 최종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들의 직접 배상을 막아주고, 제3의 주체가 피해자들을 상대하게 한다'는 기본 원칙은 확실히 드러나 있다.
윤 정부는 일본 기업들의 성의 표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범기업들의 직접 배상은 요구하지 않는다. 제3의 주체가 배상금 재원을 조성할 때 일정한 성의 표시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전범국가 낙인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국가적 입장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주요 무대로 수익을 창출해온 일본 대기업들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미쓰비시 등의 입장에서 보면, 식민지배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내려진 가장 강력한 사법적 선고인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게 되면 자신들이 전범기업이라는 낙인이 공식화될 수 있다. 또 한국인들에게 고개를 숙일 경우, 한국을 종속관계의 하부에 두고 이윤을 창출해온 그간의 패턴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윤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법은 그런 우려를 감안해주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과도한 애착 역시 대기업 프렌들리와 맥이 닿는다. 미중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지난 11일(미국 시각),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계속 도발하고 중국이 막지 않으면, 미국은 동아시아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설리번이 말한 군사력 증강은 전략자산이나 첨단무기 배치의 증대로 이해됐다.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무기 탑재 잠수함 또는 B-1B 전략폭격기 등의 동아시아 파견을 확대해 북한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같은 미국 전략군사무기의 동아시아 전개는 미 군수업체의 이윤 창출과 한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바이든의 방침에 동조하고 있다. 28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도,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의 참여를 촉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지역에 군사적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며 셜리번 보좌관과 똑같은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에 동조해 미 전략폭격기나 핵항공모함 등을 자주 끌어들이게 되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뿐 아니라 양국 간의 통상 문제에도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군 병력이나 군사무기가 증강되는 곳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도 증대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성급한 태도는 미 군수업체뿐 아니라 여타 미국 대기업들의 이윤 추구에도 유리하다.
윤 대통령의 대기업 프렌들리가 화물연대 파업뿐 아니라 강제동원 문제 해법에도 나타나고 한미동맹 및 대북 압박에도 깔려 있는 것은 노동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삶에도 유리하지 않다. 핵심적인 대내외 현안들에서 대기업 편향성이 두드러지면, 이런 경향이 나머지 국정 현안들로도 쉽게 확산될 게 뻔하다.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마저 세계적 경제위기를 가중시킴에 따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반 대중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친기업 노선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대중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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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만 강경 조치하는 대통령,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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