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방과후 활동_1, 2학년 하교지도. 아이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져서 가방을 들고 가는 모습이다.
장영진
아무튼, 어렵게 마음을 다잡고 학교로 갔다. 학교 정문 앞 지킴이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할 때였다.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건물 현관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까이 오자 예전 터전에서처럼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팔을 벌렸다. 늘 그랬다는 듯이 아이들이 "안테나!" 하며 뛰어왔다.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포옹하며 안부를 물었다.
"오늘 왜 왔어? 무슨 일 있어?"
"뭐야? 왜 온 거야?"
"아니, 저번에 졸업식 때 못 온 아이들 수료증이랑 선물 전해주려고 왔어. 겸사겸사 너희들 얼굴도 보고."
인사를 나누고 한두 마디 했을까? 모처럼 만나러 온 내 마음도 모른 채 아이들은 금세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댔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구경하느라 바빴던 아이들은 이제 각자 자기 것의 스마트폰 화면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참았을까, 학교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짠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아이고 이젠 아이들에게는 학교, 학원, 스마트폰뿐인 건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안다. 이 열기는 몇 개월이면 식을 걸 말이다. 처음 몇 개월 정도만 푹 빠졌다가 얼마 되지 않아 흥미를 잃겠지만 그 모습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어지는 걸 어쩌랴. 아이들을 지켜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 때였다. 6학년 아이 하나가 나에게 오더니 말했다.
"안테나, 나랑 얼음 땡 하자"
"엥? 웬 얼음 땡? 지금 그게 하고 싶어? 갑자기?"
"응, 요즘에 계속하고 싶었는데 못했어."
"근데 그걸 지금까지 참았어? 애들한테 같이 하자고 하면 되지."
"아니, 애들이 요즘 게임 한다고 잘 안 해."
옆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듣다가 그게 아니라며 단지, 게임 한판 하고 하려고 했는데 안 기다린 거라며 투덜거렸다.
"어차피, 태권도 가면 피구 하잖아."
"피구 말고 다른 공동체 놀이가 하고 싶은 거라고."
예전 터전에서 말싸움하듯 금세 주위가 시끌벅적해졌다. 아이들끼리 옥신각신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4학년 아이가 한마디 한다.
"그래서 공동체 놀이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에이, 괜히 기대했네."
갑자기 '기대했네'라는 말을 듣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왜 그런 걸까? 생각하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 와중에 스마트폰을 보느라 대화에 신경도 쓰지 않는 아이 몇몇이 보였다. 씁쓸한 마음도 같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일정에 따라 이동했고 공동체 놀이는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