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모식에서 코로나19 봉쇄 해제 요구하는 '백지 시위'11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참사 추도식 도중 시민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며 백지를 든 '백지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결국 중국 정부는 코로나 봉쇄 정책을 완화하는 회유책을 내놓았어요. 정부가 인민들의 요구에 부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요?
"시위 전부터 정부에서 봉쇄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긴 했었어요. 하지만 시위대가 그 흐름을 가속화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인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인민의 삶에 책임감을 갖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이 양보하려 하고 있거든요.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정부의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주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요."
- 사람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에서 시작되었잖아요. 홍콩에서 시작된 시위 방식이 중국 본토로 이어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요. 홍콩에서 벌어졌던 시위를 중국 본토인들이 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홍콩 시위에 관한 정보는 중국 본토에서 전부 검열돼요. 백지 시위 전략은 검열과 감시가 가득한 체제 안에 살아온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 생각해요."
-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다양한 반응이 있었어요.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이들은 시위대가 외치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에 공감과 연대를 보내고 있어요. 저희도 중국 본토 인민들의 목소리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죠. 해외 중국인들이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도 있어요."
국경을 넘어 보내는 연대... 시위의 단초에 주목하다
- 서울에서도 얼마 전 중국인 유학생들이 시위를 벌였어요.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 시민들은 어떻게 중국인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요?
"가능한 모든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국 본토에 있는 분들은 외로울 거예요. 친구들과도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기 어렵고, 해외에서 우리가 연대 집회를 열어도 관련 뉴스 한 줄 읽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 알릴 수 있어요. 모든 인민이 중국 공산당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공산당이 모든 인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요. 타국에 나와있는 중국인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로서 유학 중인 경우가 많거든요. 이들에게 민주주의나 자유의 가치를 전달한다면, 미래의 변화의 가능성에 씨를 뿌리는 셈이죠."
- 중국 정부는 시위에 대해 외세 개입설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 적대적인 외부 세력에 의한 것으로 규정되곤 하는데요. '외세 개입이 아니라면 당에 반대할 사람이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홍콩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쓰여온 전략이죠.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주체성과 목소리, 그리고 항의할 능력이 있음은 자명합니다. 최근 중국 국적의 어떤 분이 인터뷰하는 영상을 봤는데요. 정부를 비꼬며 말했어요. '우리가 인터넷이나 뉴스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외세의 영향을 받았다니요? 외국과 소통할 수도 없는데, 그들이 말하는 '외세'란 마르크스주의를 말하는 건가요?'"
- 최근 트위터에 "사람이 국가보다 크고, 정의가 애국보다 크다"고 남기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애국심이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지만, 그 뿌리가 어디냐는 질문은 중요해요. 만약 애국심이 독재를 찬양하거나 권위주의에서 비롯됐다면,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애국의 상위에 놓아야 합니다. 우리를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고, 그것이 '애국'을 값지게 만드는 요소예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국가와 당을 사랑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당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는 고민하지 못했어요. 당이 정의와 반대되는 길, 억압의 길로 간다면요? 이런 질문들로 중국 본토인들과 왜 민주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 왜 그것이 애국과 상충하지 않는지 얘기하려 해요."
- 중국 공산당은 그간 소수 민족을 억압해왔는데요. 이번 시위가 소수 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우루무치, 그 안의 화재 참사 등 불의에 반응해 일어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중국이 자유의 가치로 연합해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중국 내에서 사고 소식이 전달될 때 피해자들의 인종이나 위구르인에 대한 언급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하지만 해외 중국인들과 유학생들의 연대 시위를 보면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몇몇 중국 유학생들은 그동안 위구르 탄압에 대해 무관심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어요.
중국 정부는 그동안 티베트인, 위구르인, 홍콩인 등의 소수자를 문제적으로 그려왔고, 프로파간다를 통해 혐오를 조장해왔어요. 위구르인들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사회적 사건을 조작해 위구르인을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어 왔는지 증언했죠. 그래서 중국 인구의 다수인 한족은 위구르인들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게 독재 정권의 통제 방식이에요. 정부를 대신해 다수가 소수를 감시하게 만들고 반란을 제압하죠. 사회적 화합, 국가적 평등, 통합 등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그 반대의 길로 가는 거예요.
이번 시위는 그동안 본토에서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주입받아온 해외의 중국인들로 하여금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어요. 그들이 그동안 믿어왔던 바를 고민하게 만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