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공포증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무 곳에서나 노래를 불렀다는 소프라노 이완식.
최미향
-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지금은 극복했다고 했는데 아직도 많은 분이 무대 공포증이 있다. 비법은?
"한마디로 마인드컨트롤이다.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무대 공포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때로는 무대 한가운데 섰는데 연습 때는 그리도 멀쩡하게 기억나던 가사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았다. 음향이 탈 나기도 했다. 이밖에도 연주 중에 예기치 않은 소소한 일들을 자주 겪었다. 식은땀이 나며 가슴이 터질 듯이 떨렸다. 때로는 발을 움직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처럼 무대 공포증은 약간 공황 증상과 비슷하다. 심장이 막 뛰면 숨이 거칠어진다. 그러다 보니 복식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전주가 시작될 무렵이 이런 증상이 왔다. 그때는 노래를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나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아무 데서나 노래를 불렀다. 식당에서도, 커피숍에 가서도, 공원에 가서도. 몇몇 사람이 벤치에 앉아 있어도 그냥 부른다. 사실, 클래식은 가요 같지 않게 준비된 곳에서만 노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불러 볼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내 경우엔 담력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누가 날 쳐다보든 안 보든, 들어주든 아니든, 노래에 대한 반응을 보이든 안 보이든 그냥 훈련을 계속했다. 때론 밥 먹다가도 내 노래를 원하면 빼지 않고 그냥 즉석에서 불렀다. 미친 척하고 그 어떤 곳에서도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불렀다. 심지어 산에서는 나무들이 내 관객이라 생각하고 불렀고 바닷가에서는 부딪치는 파도가 관객이겠거니 하고 부르기도 했다.
내가 관객을 압도하지 않으면 관객이 나를 먹어버린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2만 명이든 3만 명이든 내 앞에 앉아 있으면 이 사람들을 내 노래에 다 심취해서 숨을 못 쉬게 할 거다'는 생각을 해가면서 불렀던 것 같다(웃음). 그렇게 하고 나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이런 생각이 먹혔는지 덕분에 떨리는 게 없어졌다. 요즘은 무대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