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군내 인권침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치유·회복을 위한 원스톱 지원 사업' 성과 발표회
정현환
유족이 유족의 상처를 보듬다
14일 행사는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의 인사말과 축사로 시작됐다. 연이어 지난 3년간 사업에 참여한 군 사망사고 유족의 소감 발표, 사업의 성과와 입법 및 정책 제안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임태훈 소장은 "연간 100여 명이 군대에서 죽고 다치고 전역을 한다"라며 "지금까지 국가에서 군 사망사고 유족의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않아 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계속 싸워주신 유가족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이 사업이 끝나지만 앞으로 모금으로 진행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 3년간 군인권센터는 군 트라우마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마음결'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 및 제작, 군 사망사고 유족을 대상으로 250회가량 실시했다. 유족을 대상으로 1박 2일 치유 여행 프로그램 '마음통', 유족이 다른 유족과 함께 자식들이 묻힌 국립묘지 현충원을 함께 방문해 상처를 보듬는 '마음곁' 기획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미숙씨(55,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는 보고회 자리에서 "군 사망사고로 한 달에 15명씩 죽고 있다"며 "군 사망사고가 터지면 국가와 사회가 유족을 나몰라라 한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박씨는 "유족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라며 "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 죽고 있음에도 기사 한 줄 제대로 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아침에 경상북도 영주에서 올라온 이순희씨(53, 고 고동영 어머니)는 "사업 내내 군인권센터 간사가 세심하게 보살펴 줬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새벽에 올라온 고 김여상 일병의 어머니 박아무개씨(61)도 "이 프로그램 끝 무렵부터 참여했다"면서 "참여 기간 내내 군인권센터의 정성이 느껴졌다"고 소회했다.
보고회 자리에서 군 사망사고 유족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던 김소명씨는 "해가 질 때 가장 힘들다"라는 유족의 말에 "일상을 파괴하는 트라우마에 집중했다"고 사업 추진 과정과 목표 그리고 느낌을 발표했다.
이에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 사망사고 유족을 더 빨리 모시지 못했다"라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그동안 우리 정부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여 순직과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등급을 나누는데 그쳤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임 소장은 "피해 회복에 더뎌, 결국 피해자나 유가족들에게 2차적 피해를 입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