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한 잔
김준민
여름이라면 그늘 아래의 테이블에 앉아 얼음이 듬뿍 들어간 진피즈 칵테일을 한잔하거나 아니면 아이스 버킷에 담긴 화이트 와인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탄산이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도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아주 좋은 술이다.
술도 술이지만 날씨만 허락한다면 테라스 자리를 찾게 되는데 한국에는 테라스가 있는 술집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좋은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2층이나 3층의 창가가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곳은 여름철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 지금은 가만히 앉아 날씨를 만끽하기에는 서늘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찾는 술이 조금 달라진다. 한파에는 마치 러시아인이 시베리아의 추위를 버티기 위해 보드카를 마셔서 체온을 높이듯 나 또한 높은 도수의 위스키를 찾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중 유독 겨울에 많이 생각나는 아일라 지역의 스모키한 위스키 한 잔을 음미하다 보면 밖의 추위를 싹 잊고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온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만 낮부터 위스키를 마시는 건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나라도 부담스럽다.
여름도 겨울도 아닌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낮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는 술, 거기에 더해서 적당히 배를 채울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를 고민하던 찰나 뇌리에 '펍'이 떠올랐다.
펍에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게 라거나 세종을 마시고, 겨울에는 도수도 높고 묵직한 느낌의 스타우트나 포터 스타일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안주도 늘 준비되어 있어 낮술을 하기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 펍에나 갈 수 없다. 음식이 맛없는 것만큼이나 술이 맛없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만드는 특색 있는 맥주와 강한 향신료가 인상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단골 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