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화일약품 본사 기자회견 후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화일약품 중대재해 사망사고 대책위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화노넷)의 대응과 대책위 구성
화성시는 산재 사망률 1위 기초지자체다. 연간 32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영세 소규모사업장 비율이 유독 높은 화성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사회와 지역 노조는, 2022년 초 화노넷을 출범시켰다. 화노넷은 18명의 사상자를 낸 화일약품 폭발 사고에 대해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역에서의 대응 경험이 없었던지라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로부터 자문받으며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수원오산용인화성지부, 3개 진보정당(노동당, 정의당, 진보당)도 함께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한 유족의 의지가, 대응단위들의 구심점을 만드는 요소였다.
'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서 발간한 산재 유가족 안내 지침서는 유가족과 대책위에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고, '다시는'의 조문과 지지는 유가족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대책위를 구성하는 각자가 바쁜 와중에도 빈소 지킴이, 추모 현수막 걸기, 기자회견, 서명운동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어 맡아,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10월 15일 SPC 평택공장 사망사고, 10월 21일 안성 건설 현장 사망사고,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들 끊이지 않는 죽음의 행렬들은 모두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진정한 추모는 제대로 원인을 규명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지역에서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요구하는 대책위 주최 추모문화제를 향남제약단지 인근 향남2지구에서 진행했다. 향남에서 처음 열린 추모문화제였다. 문화제에는 동네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 시민 등 60여 명이 함께했다.
산재 사망 노동자에 무관심, 무대책인 화성시
대책위에서는 10월 17일, 산재예방 의무가 있는 화성시에 대해 시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중대재해 사망 사고 노동자에 대해 무대책인 화성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서야, 11월 4일 겨우 시장 면담이 성사되었다. 면담에서는 사업장 관리·감독 권한은 중앙정부의 몫이며, 지자체의 권한이 없다는 변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지자체가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대책위는 산재 사망 노동자에 대한 시장의 추모 조문, 화성시가 운영하는 전광판과 화성시 홈페이지에 일일 산재 사망 현황 게시, 산업단지에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비 건립, PSM(공장안전관리)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및 고용노동부와 합동점검, 소규모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장기적 추진 계획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해당 내용들은 11월 20일 합의에 반영되었다.
회사의 형사 합의 종용은 피해자 두 번 죽이는 행위
정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고, 사고 피해자에 대해 달리 마련한 안이 없다던 화일약품은 대책위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과 직접 소통하려 했다. 11월 10일 성남 판교에 있는 화일약품 본사 기자회견 후 면담을 요청하며 찾아간 사무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온하기만 했고, 사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보상 논의하고 있으니 나가라"는 어느 직원의 말은 유족과 대책위로부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직원의 사과를 받고 항의 서한을 전달한 후 돌아왔다. 이후 회사에서는 교섭을 제안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