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효담요양원 봉사.
최미향
- 간호사가 국악을 하는 경우는 조금 드문 사례인 것 같습니다. 민요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병원 체육대회 때 국악인 초정공연을 처음 보게 되면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참 별일이죠. 여태껏 살아도 그런 반응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슴이 막 두근두근 거리고 숨이 막힐 것 같았어요. '아, 이거다' 싶어 안종미 선생님을 찾아가 '민요를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고 그길로 안 선생님의 제자가 됐어요.
처음에 했던 제 소리가 지금도 생각나요. 완전 초등학생 수준이었죠. 아니 초등수준보다 낮았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제 소리를 듣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 바로 뛰어가 민요를 배워야겠다는 사람은 드문 것 같은데 혹시 물려받은 끼라도 있었지 않을까요?
"부모님이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요즘도 컴퓨터로 최신가요를 틀어놓고 가사를 적으며 연습을 하시죠. 동생들이 '큰 누나가 부모님 끼를 다 물려받았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이번에 우리 병원(충청남도 서산의료원) 60주년 한마음체육대회가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출전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상당히 망설였다가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저희 어머니께서는 그날부터 퇴근 무렵이 되면 '직원들 앞에서 창피당하니까 빨리 와서 연습하자'고 전화 호출을 하더라고요."
- 창을 하면 목이 쉴 수도 있잖아요. 간호사로 계시는데 업무에 지장은 없으세요? 간호사가 민요를 하는데 주위 반응은요?
"그것도 참 특이하죠. 저는 완전 체질인가 봐요. 안 그래도 친구가 '정말 피를 토했냐?'고 묻더군요. 처음부터도 목 한번 쉰 적이 없었네요. 얼마 전에는 동창이 '새삼스럽게 그런 걸(민요) 다 배웠냐'고 놀래 하더라고요. 워낙 조용하던 학생이었을 뿐만 아니라 집순이기도 했어요. 은사님조차 놀라 하셨죠. 우리 병원에서는 (공연)하지 않았어요. 요양원이나 다른 병원에서 환자들을 모셔놓고 노래를 불러준 적은 있었지만요.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저희 스승님(안종미)이 유명해 덕을 많이 봐요.
- 어떻게 간호사가 됐는지 궁금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간호사였어요. 저희 할머니가 하반신 마비로 25년정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그때 당시 병원을 제집 드나들다시피 하셨어요. 워낙 안 좋으신 모습을 많이 봐서 '내가 간호사가 돼서 우리 할머니를 낫게 해드려야겠다'고 막연하나마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 서산 광장 쪽에 당시 서산도립병원이 있었어요. 그날도 입원한 할머니를 보러 병원으로 갔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주사도 주고 친절하게 (할머니)케어도 해주셨어요. 그 모습이 예뻐 보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때 또 한 번 '꼭 예쁜 간호사가 돼야겠다'라고 다짐했죠.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그림을 그리면 꼭 머리에 간호사캡을 쓴 모습만 그렸던 것 같아요.
그리곤 고등학생이 됐죠. 대학진학 선택시 선생님들이 성적이 괜찮다고 교대를 지원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똑 부러지게 간호대에 진학하겠다고 했구요. 그때 선생님들이 '참 독특하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