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기둥 근처에서 발견한 일본식 석등
김상희
인천신사는 언제 세워진 것일까? 인천보다 먼저 개항한 부산과 원산에 신사가 차례로 들어서자 인천의 거류 일본인들도 신사 건립을 도모하게 된다. 1890년 이세신궁(伊勢神宮)으로부터 천황의 조상신인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신령(神靈)을 분사받아 '인천대신궁'을 창건했다. 1916년 인천신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명치신궁(明治神宮)으로부터 받은 신령을 합사(1922년)함으로써 인천신사는 천조대신과 명치천황의 두 신(神)을 받드는 신사가 되고 1936년 이후부터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인천신사 주변에 벚나무를 심고 공원으로 조성해 현재의 자유공원인 서(西) 공원과 구별해 '동(東) 공원'으로 불렀다. 인천신사는 해방될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50년도 훨씬 넘게 일본인들의 정신적 이념적 통합기구이자 식민통치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일본 절터 두 곳, 묘각사와 해광사
송도중학교는 일본 불교 종파인 일련종(日蓮宗)의 사찰 묘각사 터라고 한다. 묘각사로 들어가는 계단과 난간이 송도중학교 뒤편 골목길에 남아있었다. 계단의 양쪽 석주에는 '묘각사'라는 절 이름과 더불어 부산에 이어 조선에 설치한 두 번째 사찰이란 뜻의 '서점제이도장(西漸第二道場)'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인천시에서 세워둔 '묘각사 터' 안내판도 보여 반가웠다.

▲ 묘각사 계단과 난간의 왼쪽 기둥에는 절 이름 '일련종묘각사', 오른쪽에는 '서점제이도장'이 선명하다.
김상희
해광사는 현재도 절로 사용되고 있다. 경내에 들어서니 단청을 곱게 올린 전혀 일본스럽지 않은 대웅전이 위엄을 드러냈다. 순간 당황했다. 당황할 땐 검색이다! 해광사는 일본 사찰 화엄사였다가 해방 후 해광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의 대웅전은 1990년대에 일본식 대웅전을 허물고 다시 지었다고 한다.
탐사를 위해 경내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뜰에서 일본 석탑 한 점과 일본 석등 두 점을 발견했다. 대웅전 뒤편의 부속시설 명부전은 일본식 건물 그대로였다. 또한 사찰 대문의 돌기둥에서 '대정 9년(1920년)'이란 연도도 읽었다. 해광사가 일제강점기 일본 사찰에서 출발한 절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수집한 귀납적 증거는 이 정도이다.

▲ 해광사 경내에서 발견한 일본식 석탑
김상희

▲ 대웅전 뒤편의 명부전이 일본식 건물이다.
김상희

▲ 해광사 입구 기둥의 대정9년(1920년)이란 글씨가 또렷하다.
김상희
어린이도서관이 된 일본인 별장
해광사를 지나 율목도서관이 있는 언덕으로 올랐다.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도시 전망대이기도 하다. 일본식 가옥이 밀집한 신흥동 아래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율목도서관 내의 어린이도서관은 원래 중국인 통역관이자 거상이었던 우리탕(吳禮堂)의 과수원 부지를 일본인 사업가 리키다키(力武)가 인수해 지은 주택 겸 별장이었다.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했지만 기본 건물은 일본식 가옥임을 알 수 있었다.

▲ 2011년 리모델링으로 새로 태어난 율목도서관의 어린이도서관
김상희
석조(石造) 판매장을 방불케 할 만큼 석조 장식물을 과하게 가져다 화려하게 꾸민 일본식 정원도 볼 만하다. 혹, 이곳에 간다면 하나의 미션을 드리겠다. 정원에서 인천여상의 석등과 닮은꼴 석등, 지붕돌의 끝이 말려 올라간 일본풍 석등을 찾아보라.

▲ 신흥동의 일본식 가옥들이 내려다 보인다.
김상희

▲ 받침대가 떨어져나간 일본식 석등
김상희
인천 여행은 '근대로의 시간 여행'이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시간을 걸어보기에 인천만한 도시도 없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차이나타운 어디라도 들어가서 짜장면을 한 그릇 시키자. 짜장면 먹는 팁까지 드리자면, 첫째, 짜장면은 반드시 짜장면 박물관 관람 후에 먹도록. 음식에 스토리가 얹히면 더 맛있어진다. 둘째, 일행이 있다면 인천의 명물 백짜장면을 같이 시켜 흑짜장면과 백짜장면을 대결시켜 보라.
근대거리가 만만해질 때쯤이면 신사와 일본사찰의 흔적을 찾아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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