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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은 듣고 '압사'는 못 들었다? 전 용산서장에 "선택적 청취냐"

이임재 전 용산서장, 직원 무전 통해 사고 일부 파악했지만... "일상적 축제로 생각했다"

등록 2023.01.04 15:57수정 2023.01.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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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들은 것도 있고 못 들은 것도 있다." -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증인은 무슨, 선택적 청취인가?" - 박형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직원들 간 무전을 통해 상황 일부를 파악했지만, 112상황실의 안내를 받고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임재 전 서장이 정확히 언제 사고 상황을 파악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전 서장이 '선택적 청취'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4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이어진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압사 참사 당시 계속된 신고와 구급차 요청에도 불구하고, 왜 이임재 전 서장이 오후 11시 이후에야 상황을 파악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이임재 전 서장이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통화를 한 것은 오후 10시 32분이었다. 이 전 서장이 본인 주장보다 30여분 일찍 참사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늦장 대응'한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듣긴 들었지만... 흘러가는 무전 정도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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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남소연

 
이 전 서장은 이날 당시 송병주 용산경찰서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잡음만 들리고 제대로 된 보고를 들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원들 간 무전을 통해 무언가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고, 가용가능한 경력을 현장에 출동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다만, 이 지시 역시 압사 참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것은 아니었고, 통상적인 핼러윈 축제의 소란으로 파악했다는 게 그의 해명 요지였다.

박 의원은 "(출동) 지시를 할 때 무전기 내용을 듣고, 직원들 간에 얘기하는 걸 듣고 지시했다고 그랬다. 그럼 그날 계속 무전기를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냐?"라고 물었다. 이임재 전 서장은 "네"라고 긍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무전망에 '구급대 지원해 주세요' (오후 10시) 38분, 43분에는 '출동 독려', 그 다음에 '구급이 가능한 구급차 여러 대 지원 요청', '이태원 전 차로 차단', '교통이나 일반 사건보다 압사 관련 우선 조치하라', (당시 무전에 이렇게) 계속 압사 신고가 접수되는데, 이게 22시 38분부터 22시 58분까지의 무전 내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내용을 듣고 있었으면, 증인이 이때 벌써 알았어야 되는 거지, 당연히 알았던 거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이 전 서장은 "그 무전만 계속 나오는 게 아니고 중간에 다른 일반 신고 무전이 섞여 있다"라며 "듣긴 들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 의원의 추궁에 이 전 서장은 "들은 것도 있고 못 들은 것도 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본인한테 유리한 거는 듣고 불리한 거는 지금 못 듣느냐"라며 구체적으로 구급대 지원 요청 관련 언급을 들었는지 캐물었다.

이 전 서장은 "그런 얘기는 들은 것 같다"라면서도 "상황실에서 무슨 상황이 있는지 확인을 했을 때 확인 보고가 하나도 안 들어왔다. 그래서 일단 그냥 흘러가는 무전 정도로 생각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압사라는 말까지 나오는데"라는 지적에도 즉답을 피한 채 "핼러윈 축제 자체가 상당히 음악을 크게 틀고 소리를 시끄럽게 내는 그런 축제라서, 어느 정도 일상적인 축제(소란이)라고 생각했다"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질의를 듣고 있던 우상호 위원장도 "현장에 가본 사람들한테 어떻느냐고 물어보지 않고 그냥 상황실에 물어보고 끝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느냐?"라며 "경찰서장이, '구급대가 출동', 앞서 이런 얘기가 (무전에) 나오는데 이걸 흘려들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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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발언 중인 모습. ⓒ 남소연

 
전 용산서장 "현장 지휘관인 송병주 판단 믿었다"... 정작 당사자는 출석 거부

같은 날 오전 질의에서도 이 전 서장은 비슷한 답을 반복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직원이 지원 요청한 지점에 '형사나 교통 등 현장에 있는 가용경력을 일단 다 보내봐라' 이렇게 지시를 했다"라면서도 "그때 당시에는 지금 이태원의 그런 위급한 상황 자체를 제가 인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라고 반복했다.

전 의원은 "(다 보내라는) 그 지시를 했는데, (무전으로) 그 얘기를 듣고도 지금 참사를 인지를 못 했다고 하니까 참 어이가 없다"라며 "보고를 어떤 식으로 하길래 이게 서장에게 보고가 안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이 전 서장은 이에 앞서 당일 오후 9시 57분께 이뤄진 통화를 언급하며 "'차가 좀 막히고 인원이 많기는 한데 현재까지 특별한 상황은 없다' 이런 취지로 (송 전 실장이) 보고를 했다"라며 "(그렇다는) 저희 지휘관의 판단을 믿었다"라고 말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송병주 전 서장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출석을 거부했다. 국조특위는 송 전 서장에 대한 고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태원압사참사 #국조특위 #청문회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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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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