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많은 사람들이 마켓을 찾아 와인에 각종 향신료를 넣어 끓여 만든 글뤼바인을 사 마신다
최미연
크리스마스는 전세계 최대 명절이지만 특히 독일은 11월부터 지역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성황해 12월까지 축제의 나날들이 계속된다. 모두가 1년 중 이맘때만을 기다리며 사는 듯 트리를 꾸민다. '아드벤트캘린더'를 선물하며 유럽의 쌍화차라고 불리는 '글뤼바인(따뜻한 와인으로 향나는 정종과 비슷)'을 원없이 마신다. 아이들을 위한 알콜이 들어가지 않은 뜨거운 사과주스도 판매되니 그야말로 이 명절에 모두가 진심이다.
참고로 아드벤트캘린더는 1800년대 초 독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까지 하루에 한 개씩 상자 혹은 주머니를 열어 선물을 받는 달력을 말한다. 그 안엔 초콜렛이나 사탕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요즘은 티백, 양말 등의 선물이 담긴 기성품으로 출시된다.
고구마당면 사들고 5시간 기차여행... 독일에서 비건 잡채 만들기
독일인 친구의 본가에 크리스마스 식사 초대를 받았다. 비건이 아닌 그는 그들의 전통대로 식탁에 바비큐 요리가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줬다. 비건인 음식도 준비를 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비건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자처하며 머리를 굴렸다. 기왕 초대 받아 가는 거 나도 그들도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한 한식을 준비해보자고. 주변 한인들의 의견을 물으니 감자전, 호박전, 잡채, 김밥, 호떡, 두부김치 등이 추천됐다.
독일은 '감자나라'로 불릴만큼 감자수프에 감자샐러드를 먹는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곳. 그래서인지 감자전은 특별하지 않을 거 같았고, 김밥은 제대로 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잡채다. 호떡도 정말 만들고 싶었지만 시중에 비건으로 된 제품이 나와있는 게 마땅치 않았다. 독일인 초대손님들도 잡채가 처음일테니 그들의 입맛을 너무 실험에 놓이긴 할 순 없었다. 찾아보니 한식 중에 비건 친화적 음식이 꽤 있어 선택권이 좁진 않았다.
아시아마트에 가 무려 40인분에 달하는 분량의 고구마당면 한 팩과 한국 시금치와 비슷한 종류의 채소를 샀다. 5시간 기차 여행 끝에 서쪽 독일 작은 시골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당면을 서둘러 불렸다. 고작 5인분 요리였지만 재료가 점점 불어나니 친구는 '온동네 사람들을 다 초대해도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 잡채는 고기를 안 넣어도 많은 채소들로 풍미를 내기 충분하지만, 단백질을 더하기 위해 독일서 파는 훈제 두부를 잘게 썰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