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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8개월, 부동산 정책이 이상하다

4.4%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 철회되어야

등록 2023.01.19 09:39수정 2023.01.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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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는 약한 자를 더 약하게, 강한 자를 더 강하게." 지난 11일, 포털 사이트의 뉴스에 달려 있었던 댓글이다. 이 댓글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아 맨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을 보면 시민들이 정부 정책의 본질을 비교적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위의 댓글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8개월 동안 추진했거나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부동산정책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다주택자가 부동산시장의 '거래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한다.

속도도 매우 빠르다. 윤석열 정부는 연초부터 1. 3 부동산대책으로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조정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 계층에게 다시 임대 해주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건설업계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 데는 입지 조건이나 높은 분양가 등의 이유가 있다.

지난달 LH가 매입한 것으로 보도된 강북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보자. 3개동으로 이뤄진 이 단지는 처음부터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비싼 분양가로 논란이 일었던 곳으로, 무순위 청약을 7차례나 진행했는데도 미분양 물량이 남았다. LH는 그중 36가구를 분양가의 85% 가격으로 매입했다. 이런 식이라면 건설사들은 팔리든 안 팔리든 분양가를 일단 높게 책정하는 '배짱 분양'을 계속할 것이다. 매입 단가를 대폭 낮추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지시는 세금으로 건설사 수익만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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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의 해체당한 종부세

부동산세제는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지난 연말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한 종부세법 개정안에서 기본공제액 상향, 세율 조정,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가 이뤄졌다.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고, 2주택자 이상 기본공제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다. 또 과세표준 12억원 이하 2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종부세 중과도 폐지했다.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원칙일 수 있지만, 이번 법 개정의 결과는 자산이 많을수록 혜택도 많이 누리는 불합리한 부자 감세로 나타났다.

'똘똘한 한 채'가 부부 공동명의라면 이번 종부세 개편의 혜택을 입는 대표적인 경우가 된다. 부부 공동명의로 공시가격 18억원, 실거래가 24억원인 주택(예: 잠실 엘스 아파트 전용 84m²)을 보유한 가구는 기본공제금액 상향으로 2023년에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그렇잖아도 자산 불평등이 심각한데 조세 불평등까지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법 개정 전에도 윤석열 정부는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인하하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구할 때 사용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폭 인하했다. 종부세는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시가격을 더 내리기 위해 올 하반기 중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취득세와 양도세도 완화 예정

부동산 감세는 종부세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진행된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주택자의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취득세의 경우 1주택자는 1~3%,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의 세율이 적용되는 중과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 다주택자 및 법인에게 부과되는 취득세 세율을 50% 인하하기 위해 2월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라 법안 개정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취득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구입할 때만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3일 규제지역을 대대적으로 해제했으므로 다주택자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에서 새로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취득세 중과에 걸릴 일은 거의 없게 됐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양도세 중과 배제 유예 조치를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고, 올해 7월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근본적 개편"안을 담겠다고 한다. 여기서 근본적 개편이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지만, 볼로소득의 일종인 양도소득에 대한 감세는 조세 형평성을 해치는 정책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주택자는 전체 인구의 4.4%에 해당하는 227만 명(법인 제외)이다. 인구의 5%도 되지 않는 특정 계층을 위한 세금 감면이 빛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단타 투기라도 괜찮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이렇게 선물을 안겨주는 이유는 뭘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인위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다주택자들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주택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부는 다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규제를 풀면서 그들을 유인하려 한다. 최근에는 '투기성 주택 거래도 상관없으니 시장에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밝힌 양도세 개편 계획에는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현행 70%에서 45%로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분양권을 사서 1년 미만 보유하는 경우에도 양도세 중과를 대폭 인하한다. 분양권을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주택이든 분양권이든 1년 미만 초단기 보유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대폭 인하한다는 것은 '단타 투기'라도 하라는 정책이다.

주택 분양을 실수요자에 한정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도 폐지했다. 1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되어도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하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했다. 분양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전매제한도 완화했다. 심지어 이 규제들은 소급 적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분양을 마친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를 위한 규제 완화로 받아들인다. 원래 8년이었던 전매제한 규제가 1년으로 완화되자 실제로 둔촌주공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나는 시점인 12월이 되면 이른바 '떴다방' 투기가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실거주용이 아닌 주택과 분양권을 사고파는 행위는 그 어떤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 행위를 장려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감세 등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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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전매제한 8년->1년으로 줄어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함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을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기존에는 전매제한이 8년이었는데, 1년으로 줄어든다. 실거주 2년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현장. ⓒ 연합뉴스

전월세 시장도 다주택자에게 맡긴다?

정부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민간 등록임대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에 대폭 축소된 등록임대 유형 중에서 전용 85m² 이하 장기 아파트의 등록을 재개하고, 임대사업자가 신규로 아파트를 매입하면 취득세 최고 100%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합산 배제, 법인의 경우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혜택을 제공한다. 추가 인센티브로 의무임대기간을 현 10년에서 15년으로 확대 적용하는 사업자에게는 주택가액 요건(수도권 공시가격 9억)을 완화해 주겠다고 한다.

정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임대차 시장의 장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동일한 기조 아래 임대차 시장 정책을 펼쳤다. 논리는 간단했다. 공공이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으니 민간에게 의지하자는 것.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공공의 역할을 너무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역대급인데 통제는 미약해서 투기 조장책이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2호 이상의 임대주택을 등록해야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본인 거주 주택 포함 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양성해서 임대차 시장을 아예 그들에게 맡겨버리겠다는 뜻이다. 그들이 주택을 10년, 15년 보유하면서 임대사업을 하면 '공공성'이 확보되므로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부동산이 자산으로 간주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면 앞으로는 3주택 이상 가진 자들이 '갑'이 되고 세입자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임대사업자에게 대대적인 혜택을 주며 등록을 유도하는 정책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집값 폭등과 갭투기 조장이다. 지난 2017년부터 서울 강서구·관악구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갭투기로 빌라 500여채를 사들인 뒤 세입자들에게 주택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던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역시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를 이용한 것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특정 계층을 위한 부동산정책 철회하라

민간은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주거를 시장에 맡겨버리는 정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의 부작용은 확실한 반면 그런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2008년에 집값이 하락했을 때는 하우스푸어가 주된 문제였다면 이번 하락기에는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하고 피해는 청년층이나 서민층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세입자들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취약계층은 월세 인상의 부담에 짓눌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인구의 5%도 안 되는 다주택자의 편의 봐주기에 집중되어 있다. 말해봤자 소용없겠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더불어삶 홈페이지(www.livewithall.org)에도 실립니다. 더불어삶의 생각과 활동은 뉴스레터(https://bit.ly/livewithall-letter)를 통해서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데에 참고한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국토교통부 2023년 1월 3일
'주택시장 연착륙과 서민‧취약계층 주거안정 역점 추진', 국토교통부 2023년 1월 일
'2021년 주택소유통계 결과' 통계청 2022년 11월 22일
'"서울도 갭투자 가능... 2년 안 살아도 12억 집까지 양도세 0원"' <한국일보> 2023년 1월 8일
'"본보기집에 문의전화 30% 증가"… 둔촌주공 주변 '떴다방' 등장 <동아일보> 2023년 1월 5일
'LH, 악성 미분양 '칸타빌 수유 팰리스' 매입' <쿠키뉴스> 2023년 1월 16일
#부동산정책 #종부세 #양도세 #부자감세 #임대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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