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지난 2022년 9월 3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여자고등학교에서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본 수능 이전에 실시하는 마지막 모의고사다.
연합뉴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녔다고 한들 어쨌든 60살이 되기 전에 퇴직하게 되고, 100세 시대에 나머지 절반의 삶은 연금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늦은 나이에 낳은 자녀가 취업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자영업이든 재취업이든 '제2의 인생'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까 봐 60살은커녕 50살만 돼도 노심초사하는 게 현실이다.
이태 전 정부조차 무릎 꿇린 의사들의 위세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터다. 당시 정부는 의사의 부족과 열악한 지방 의료 환경에 대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의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이를 반대하던 대한의사협회 소속 전문의와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으로 맞섰고, 갈등이 장기화하며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백기 투항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동안 보수 언론은 모든 파업에 전가의 보도처럼 불법 딱지를 붙였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되레 그들 편에 서서 정부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언론은 노동조합의 파업에는 엄단을 부르대지만, 의사들 앞에선 기꺼이 '푸들'을 자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의사는 대통령도 부럽잖은 '슈퍼 갑'이다.
취업이 유일한 목표가 된 현실
'의치한약'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와중에, 한때 등급과 점수에서 그들에 버금갔던 교대와 사대의 몰락이 눈에 띈다. 최근 수도권의 한 교대에서 수능의 6개 전 영역에서 최하위 4%인 9등급인 지원자가 1차 합격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해당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만큼 교대 지원자가 적다는 방증이다.
과거 교대와 사대의 경쟁률이 높았던 건, 중견 기업 수준의 보수와 정년이 보장된다는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다. 특히 교대는 사대에 견줘 임용시험 합격률이 높아 더욱 선호됐다. 상대적으로 교사가 되기도 쉽고, 처우도 괜찮은 데다 정년까지 보장되니 지원자가 몰려드는 건 불문가지다. 드물게는 의대 대신 교대를 선택한 여학생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임용시험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되고, 되레 교대와 사대 출신은 일반 기업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마저 나돈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졸업장과 함께 주어지는 교원자격증으로 기간제 교사로 일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처럼 아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에서도 교사는 해마다 한두 계단씩 내려오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상위 세 손가락 안에는 무조건 들어있었는데 격세지감마저 든다. 지금은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유튜버와 패션 디자이너, 방송 작가, 요리사 등에도 밀려나는 형국이다.
한 아이는 의사나 약사에 견줘 교사의 선호도가 급격하게 낮아진 것을 두고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의대나 약대는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도 진학하고 나면 꽃길이지만, 교대는 합격하기도 어려운 데다 임용시험 통과는 더더욱 힘들어서라는 거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재수, 삼수해서라도 '의치한약'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그는 교권의 추락으로 교대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일부 언론의 분석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적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건 오로지 교사 채용 규모가 나날이 축소되고 있어서라고 단언했다. 취업이 공부의 유일한 목표가 된 현실에서 교권의 추락과 업무의 과중 등을 따질 겨를이 없다는 이야기다.
25년의 교직 생활 동안 요즘처럼 아이들이 꿈꾸는 진로가 획일화된 때가 있었나 싶다. 문과 적성이면 죄다 변호사가 되겠다며 로스쿨 진학을 꿈꾸고, 이과 적성이면 하나같이 의사와 약사가 되겠다고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는 시대가 됐다. 그럴수록 변호사와 의사, 약사의 기세는 등등해지고, 나머지 수많은 직업의 종사자들은 상대적 '루저'로 움츠러들게 된다.
20여 년 전쯤 장래 희망 직업에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적은 아이가 있었다. 그때 조언이랍시고, 그에게 '힘들고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을 건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내게 면박하듯 이렇게 대꾸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돈까지 많이 벌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 아닐까요?" 내게 스승이 된 그와의 만남 이후 더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겠다는 아이는 없었다.
흔히 '선생만 있고, 스승은 없는' 시대라고들 한다. 교사 욕하는 게 온 국민의 '레저 스포츠'가 된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교사가 학벌 서열과 등급, 점수에 따른 '직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에서, 교직이 성직이기를 바라는 건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교사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조차 '먹고사니즘' 앞에 망상으로 치부되는 현실 앞에 교사로서 마음이 참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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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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