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 '경동1960점'
이현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말을 피해 평일 오후에 방문했다. 예상과 달리 평일 오후에도 넓은 카페 안은 만석이었다. 경동1960점은 천장과 벽면 마감을 벗겨내어 천장 구조와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극장의 건축 구조를 살리고 계단식으로 자리를 배치하여 다른 카페에서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힙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디자인의 카페로 예술 공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젊은 연인이 많이 보였고 60대 이상의 연령층도 보였다.
경동1960점에 더욱 관심이 갔던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동시장 상인회의 특별한 노력 때문이었다. 스타벅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동1960점은 스타벅스,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 4자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상생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보도 박수받을 만하지만, 맞닥뜨린 문제를 풀기 위한 상인회의 창의적인 접근과 실행력은 더욱 놀라웠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상인회가 먼저 기업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경동1960점은 상인회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린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동시장상인회가 '스타벅스 한 방'만 노린 것은 아니다. 경동시장상인회는 2017년부터 '경동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018년 시장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도 개점시켜 기업을 끌어들였다.
노브랜드와 스타벅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경동시장상인회는 기업을 경쟁 상대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젊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협력 대상으로 보았다. 전통시장계에서는 일종의 '대혁신' 사례가 아닐까?
경동1960점이 이른바 '오픈빨'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경동1960점이 경동시장 상권 활성화에 어떤 변화를 줄지 더욱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단 젊은층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스세권(스타벅스가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겼겠는가.
아내와 함께 시장 전부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겸사겸사 근처 청년몰과 청과시장도 둘러봤다. 아내는 집이 가깝다면 자주 들러서 물건을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나 또한 동의했다.
아마도 우리 부부처럼 경동1960점에 방문했다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경동시장의 매력을 발견하는 젊은 층들이 많을 테다. 우리 부부는 집이 멀어서 따로 장을 보진 않았지만 인근에 사는 친구 한 명은 경동1960점에 방문했다가 청과시장에서 귤 한 박스를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