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금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한·일 안보협력과 더불어 위안부·강제징용 봉합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마찰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의 동해영토수호훈련도 축소해서 진행했다. 독도 방어가 목적인 이 훈련은 새벽 시간에 비공개로 그것도 소규모로 치러졌다. 다음날 발행된 <교도통신> 중국어판 <교도넷>에 실린 '한국군 다케시마 방위훈련 실시, 규모 축소 또는 일본 측 고려'라는 기사는 이 훈련에 항공기가 동원되지 않은 점, 한국군의 독도 상륙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런 윤석열 정부와 달리 기시다 내각은 독도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안보협력 및 식민지배 봉합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협조를 필요로 하면서도 독도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두 사안은 두 사안대로, 독도는 독도대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내각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자민당 기반인 극우세력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고, 지지율이 출범 이후 최저인 26.5%(19일 지지통신)까지 떨어져 외교관계에 유연성을 보이기 힘든 결과이기도 하다.
함께 고려할 만한 또 다른 요인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들 수 있다. 독도 망언을 하면 윤 정부가 협력을 거둘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면,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긴박한 시점에 독도에 관한 도발을 4일 간격으로 내놓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도 윤석열 정부가 별 대응을 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그와 같은 시각은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스오 대표가 윤 대통령과 회담한 뒤에 나온 일본 언론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을 만나 반격능력과 강제징용 문제 등을 논의한 야마구치 대표 등을 취재해서 그날 저녁에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시문은 '한국, 일본의 안보전략 양해, 공명 대표가 윤 대통령과 회담'(韓国、日本の安保戦略に理解 公明代表が尹大統領と会談)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정권이 특이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표출했다.
이 기사는 "한국의 정권이 방위력 강화와 관련해 일본을 배려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드물다(珍しい)"라고 말한다. 일본이 한반도 등을 겨냥한 반격능력을 천명하는데도 윤석열 정부가 지지 입장을 표시한 것을 두고 이렇게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전통적으로 대일관계를 중시하는 보수계도 (일본의) 안보정책에는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태도가 한국의 역대 보수정권과도 크게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런 뒤,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약하게 나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윤 정권 대응의 배경에는 안보환경의 변화가 있다"라며 북한·중국의 군사적 압력이 윤석열 정권의 대일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핵을 갖지 못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을 배제한 (대북·대중국) 억지를 생각할 수 없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권이 북·중의 기세에 눌려 미국·일본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 일본의 기대대로 가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