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파주시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파주시 모든 가구에 난방비 20만원 지급 방침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대표.
남소연
정부의 갑작스러운 난방비 폭등에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어 무척 당혹스러웠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안심하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파주시(시장 김경일)는 지난 1월 31일에 '긴급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20만 원을 파주시 내의 모든 가구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시에 주민등록을 둔 가구는 21만 8264세대로 지원금은 총 444억이다. 파주시는 이미 시의회(의장 이성철)의 협조를 얻어 추경을 편성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2월 말 지급을 목표로 한다.
이는 기초 지자체에서 발 빠르게 이루어진 일이라 관심받고 있다. 그러니까 전국 최초의 일이다.
파주시에 사는 주민으로서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난방비 폭탄으로 살림살이 걱정이 늘었으나, 기초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그 걱정을 덜게 되었다. 이는 생계비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반가울 뿐만 아니라, 에너지 복지와 인간답게 살 권리의 신장, 그리고 '사회 임금' 확대의 길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월급이 많아도 아등바등 사는 한국, 왜 그럴까?
한국은 월급이 많아도 살기 힘든 사회다. 높은 주거비, 육아비, 교육비 등을 감당하기 버겁다. 상당한 월급을 받는 직장인도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하고 아이 키우고 교육비 부담하려면 아등바등 산다. 이런 상황에서 난방비가 갑자기 크게 오르니 모두들 분개할 수밖에!
그런데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의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 근로자 평균 임금은 3634만 원으로, 한 달 평균 307만 원이다. 그리고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약 170만 원이며, 2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약 290만 원, 3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약 376만 원, 4인 가족의 중위소득은 약 461만 원이다.
선진국 프랑스의 경우는 어떨까? 2016년 프랑스의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월 1789유로(약 238만 원)이고, 3인 가구(부부와 자녀 1명)의 중위소득은 3593유로(약 479만 원)이고, 4인 가구(부부와 자녀 2명)의 중위소득은 3998유로(약 533만 원)이다.
그러니까 프랑스가 임금이 더 높기는 하지만 한국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분명히 훨씬 더 힘겹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사회 임금'의 큰 차이에서 온다.
복지국가인 프랑스의 국민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 임금으로 가처분소득의 절반 정도를 평균적으로 받는다. 반면 복지국가로 막 들어선 한국에서는 국가로부터 적은 사회 임금의 혜택만을 받을 뿐, 개인이 자신의 월급에만 의존해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월급만으로는 살기 어렵다, 사회 임금을 늘려야
문제는 시장 임금을 계속 인상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지속적인 임금 인상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신규 노동자 진입 장벽을 높여 실업자가 늘고, 하청 기업 착취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시장에서 받는 임금을 올리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하면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어렵다.
'사회 임금'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임금이란 실업 급여, 아동 수당, 노인 수당, 국민연금, 건강 보험, 보육 서비스, 요양 서비스, 임대료 지원 등 국가로부터 얻는 현금이나 서비스 복지 혜택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 더한 수치다. 이는 직접 일해서 받는 월급인 시장 임금과 구분된다.
세계에서 사회 임금이 높은 나라로 스웨덴과 프랑스가 손꼽힌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회 임금은 가처분소득의 절반 정도나 된다.
높은 사회 임금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납세자의 권리라 할 수 있다.
파주시가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전 가구 지급 결정을 발표한 다음 날인 2월 1일, 더불어민주당은 파주시 김경일 시장을 최고위원 회의에 초청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파주시의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결정을 지방정부 첫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중앙정부에서 못하는 일을 파주시가 직접 하고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 지방정부에서 추가 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난방비 폭탄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집에 떨어진 폭탄이다. 더구나 사회 임금 수준이 낮은 한국이기에 많은 이들이 경제적 충격에 늘 취약한 상태다. 그러니 이번에 파주시에서 지급하게 될 에너지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있다. 일회성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속적인 에너지 복지로, 지속가능한 사회 임금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에너지 지원금 또는 난방비 지원금 등의 논의가 사회 임금 확대라는 과제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관심 가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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