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결혼식 당일에 마주한 신부님은 사제 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나와 남편보다도 훨씬 앳돼 보이는 신부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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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이 들어가는 사이 결혼식 주례 문화도 많이 바뀌어갔다. 존경하는 은사님이나 사회적 명사를 주례로 세우는 대신 주례 없이 사회자의 진행만으로 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혼주 중 한 명 또는 양가에서 대표로 한 명씩 축사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주례 풍습이 달라지다 보니 제자들의 주례를 서보겠다는 로망은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대신, 마지막 남은 히든카드로 아들의 결혼식 축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남편의 이 기대감이 결심으로 확고해지는 계기가 왔다. 바로 처조카의 결혼식을 보고 난 후였다. 양가 부모를 대표하여 신부의 아버지(남편에게는 윗동서가 되는)가 축사를 읽는 모습을 보더니 기대감에 고무된 것이다.
식이 끝나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남편은 형부에게 축사를 참 잘하신다는 둥, 결혼식 주례 경험이 많으신가 보다는 둥 실없이 칭찬을 늘어놓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지난가을, 큰 아이가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편은 결혼식 날짜도 식장도 아직 못 정했다는 아이에게 대뜸 축사는 누구에게 맡길 거냐며 다그쳤다. 눈치 빠른 아이는 그것쯤이야 아빠의 그토록 오래된 로망인데 못 들어 드릴 것도 없다면서 쿨하게 아빠에게 맡기겠노라고 부추겼다.
갑작스레 결정된 결혼식이라 식장 선택부터 상견례 일정이 바쁘게 진행되었지만, 남편은 오로지 자신이 낭독하게 될 축사 원고를 완성하는 데 열을 올렸다. 3교에 4교, 5교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축사 원고에 남편은 물론 교정을 봐줍네 하고 들여다본 나까지 거의 다 외울 정도로 공을 들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혼식 당일, 난생처음 결혼식 단상에 선 남편은 살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럴듯한 속도감에 하객들에게 눈길도 한 번씩 주면서 부드럽게 원고를 읽어나갔다.
그런데 원고가 절반쯤 이어질 무렵, 남편의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목이라도 메이는 듯 떠듬거리며 나머지 절반의 원고를 3분의 1로 축약하듯이 결말을 지어나갔다. 내가 알고 있던 원고의 내용과 비슷하긴 했지만 어쩐지 이가 듬성듬성 빠진 것처럼 어설프게 느껴졌다.
목이 메여 원고를 못 읽나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