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누설' 혐의 군무원 재판... 증인들이 한 말은

[고 이예람 중사 재판 방청기]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아무개 군무원 재판

등록 2023.02.14 16:53수정 2023.02.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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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418호 법정에 한 사람이 섰다. 주인공은 바로 피고인 양아무개 군무원. 그는 고 이예람 중사를 강제추행한 장아무개 중사(불명예 전역)의 정보와 상태를 마치 생중계하듯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고 이예람 중사 안미영 특별검사팀 수사로 밝혀졌고, 양아무개 군무원에게는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에 양아무개 피고인은 군사법원에서 일하는 군무원으로서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과 관련된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 재임 중 뇌물수수 혐의로 불명예 전역 뒤 구속된 이동호 제12대 고등군사법원장의 수감번호와 교도소 배치 여부 등을 전 전(前) 실장에게 공유한 점도 특검 수사결과로 드러났다. 

13일 재판은 피고인 양아무개의 주요 혐의를 검증하고자 두 명의 증인이 참석했다. 11명의 시민이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열린 재판 내용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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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건 관련, 피고인 양아무개 군무원의 재판이 열렸다. ⓒ 정현환

 
재판은 안미연 특별검사팀의 이태승 특검보 순서로 먼저 진행됐다. 이 특검보는 재판장에서 피고인 양아무개와 증인 A씨가 대화한 음성을 공개했다.
 
"노골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제가 지금 특검 구속 영장이 나왔는데요. 혹시 다른 이야기 하신 거 있으십니까?"

"조사받은 거 관련해서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하신 게 있는지?"

"정말 없었어요?"

"저하고는 상관없는 내용이죠?"

"저에 대해 이야기한 게 있는 거 아니까, 그래야 대응을 할 거 아닙니까?"
 
이 음성은 피고인이 증인 A씨에게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특검 수사에서 말했는지 아닌지를 계속 추궁하는 내용이었다.


오후 2시 10분. 음성을 공개한 이태승 특검보는 사전에 이뤄진 증인 A씨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과거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에 대한 공군 법무실 분위기를 질문했다. 이에 A씨는 "피고인 양아무개 사건이 발생하고 전익수 이름을 처음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군 법무관 사이에서 "법무병과 중에서 별을 달면 전익수가 장군을 될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돌았다", "누나가 공수처장 후보다", "매형이 대법관이다", "백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에 특검보는 군 법무관 사이에서 전익수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물었다. 이에 증인 A씨는 "전익수가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군 법무관 사이에서 돌았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A는 "국방부 검찰단장은 국방부 포함해 육·해·공 중요 사건을 총괄하는 자지라 권한이 크다"라고 부연하며, "고등군사법원장 자리가 없어질 예정이라, 국방부 검찰단장 자리도 별(장군)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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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 재판이 주로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418호 법정은 4법 법정 출입구로 출입해야 한다 ⓒ 정현환

 
"날 수사한 검사와 수사관을 가만두지 않겠다"

또한, 증인 A는 피고인 양아무개가 "압수수색 당한 이후에 자신을 수사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당시에 들었다"라고 설명하며, "평소에도 군사법원 내부에서 자신이 파워가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오후 2시 20분. 피고인 양아무개 측 변호사가 증인 A에게 질문했다. 피고인 평판과 관련, "과장된 게 아니냐"라고 물었다. A는 "평소에 과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법원 서기들이 어려워했다", "직원 중에 자신에게 좋지 않게 대하는 직원이 있으면, 기분 나쁜 티를 숨기지 않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부사관들한테서 들었다"라고 답했다.

오후 2시 32분. 두 번째 증인인 B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이태승 특검보는 증인 B씨에게 피고인과의 관계를 물었다. B씨는 "양아무개 피고인이 직권 상급자는 아니었으나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되어 잠시 같이 근무했다"라고 하며, "현재도 같이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특검보는 "피고인 양아무개가 과거에 증인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을 알고 있었냐"라고 물었다. 증인 B는 "당시에는 몰랐다"라고 답하며, "특검 조사를 앞두면서 본인한테 변명되는 사항들을 찾으려고 녹취한 거 같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오후 2시 50분. 피고인 양아무개 측의 반대 신문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 B와 피고인이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를 물었다. 증인 B는 "제가 2007, 8년도부터 15년 가까이"라고 대답했다.

연이어 피고인 측 변호인이 "피고인 양아무개의 업무태도나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라고 묻자 증인 B는 "양아무개는 한결같다. 업무 영역이나 이런 부분에서 제가 많이 배우고, 실무자나 후배들 현역들한테 잘해주고 격려해 주고 식사도 자주 사준다. 일반 선배들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박한 사람이 아니다. 능력도 뛰어났기에 박하게 평가받는 건 처음 듣는다. 일반적으로 위, 아래 모두에게서 평가 잘 받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태승 특검보는 "지금 같이 근무하고 있다고 했는데, 근무 공간이 정확히?"라고 증인 B씨에게 물었다. B는 "과가 다르다. 건물이 크지 않지만, 좌우로 나뉘어 있고 같은 층에서 근무한다. 결혼한 뒤로 자주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 12분, 재판이 끝났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본, 군대 내 괴롭힘 피해자 고 최현진 일병 어머니 송수현씨는 "15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재판으로 나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진술했다"며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이 사실을 면밀하게 살펴봤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냈다. 

2021년 9월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사망한 고 조재윤 하사의 어머니 조은경씨는 "아무리 좌와 우로 나뉘어 있다고 하지만, 한 건물 한 층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라고 말하며, "증인의 진술이 피고인 양아무개씨에게 매우 유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양아무개 군무원의 다음 재판을 3월 6일 오후 4시 30분으로 예정하며, 고 이예람 중사를 강제추행 한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불명예 전역)와 이날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오지 않은 김아무개의 증인 신문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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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영현관에 고 이예람 중사가 633일째(2023년 2월 13일 기준) 안치되어 있다 ⓒ 정현환

#공군 #이예람 #중사 #군 성폭력 #군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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