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브런치카페 리틀오스의 입간판에 'Vegetarian friendly'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현우
예를 들면 전 세계 비건 식당 소개 사이트 해피카우(HappyCow)는 런던, 뉴욕, 바르셀로나, 방콕 등을 포함한 열 개의 도시를 비건 친화적인 도시로 꼽았다. 일정 거리 내 비건 식당 수가 많은 도시들이다. 국내외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은 관광지를 선정할 때 해당 도시의 비건 친화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요건이다.
따라서 해피카우와 같은 어플을 통해 채식 식당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피카우는 이용자가 등록을 하는 시스템이다. 경험상 해피카우에 등록되지 않은 김밥이나 비빔밥처럼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은 등록되지 않기도 한다.
바라건대 공공기관 주도로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식당이나 상점에 관해 전수 조사를 진행보면 좋겠다. 이는 부산이 비건 친화 도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부산처럼 비건 음식점이 많지 않은 도시라면, 지자체나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도시 차원에서 별도의 안내나 도움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공공기관에서 주도한 전수 조사는 부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밥, 비빔밥 등 이미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이 비건 음식점으로 등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숨겨진 비건 음식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건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효과도 누릴 것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정책이나 사업이 인식을 변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Vegan friendly' 스티커를 제작하여 배부한다면 해외에서 방문한 관광객이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건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간다면, 부산은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로컬 비건 음식' 개발은 어떨까?
부산시에 한 가지 더 의견을 전해본다. 요즘 지역 활성화와 관련하여 '로컬 문화'라는 지역 고유의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가 육류와 어류 기반의 음식에만 그치지 않고 로컬 비건 음식을 개발하면 어떨까? 부산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음식을 비건 메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없던 메뉴를 창조해서 개발하라는 게 아니다.
경성대 국어국문과 교수 박훈하가 쓴 책 <부산에 살지만>에 보면 부산 로컬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그중 주목했던 음식은 바로 동래파전. 동래파전은 일반 전들과는 다른 순서로 조리된다. 밀가루 반죽을 한 후 조리하지 않고 파, 미나리, 쇠고기, 해산물 등을 올려 충분히 익힌 후에 반죽 물을 붓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 구워지고 난 뒤에도 단단해지지 않고 진득해지는 식감을 맛볼 수 있다고.
동래파전은 부산시가 도시화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래파전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동래 읍내 사람은 물론이고 주변 고을 사람들도 동래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위기는 기회다. 비건 음식을 사업화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동래파전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조리법과 식감으로 로컬 음식의 유니크한 매력을 어필하고 현대에 맞게 재료의 변주를 준다면 훌륭한 부산만의 멋진 로컬 비건 음식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나는 식물성 해산물로 요리한 비건 음식도 좋겠다. 예를 들면 해초비빔밥도 좋겠다. 톳도 좋고 미역도 좋다. 초고추장과 해초 그리고 각종 야채를 넣고 해초비빔밥을 만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이제 횟집에 가서 물회비빔밥을 주문하며 회를 빼달라는 주문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다.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도시가 되려면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관광객을 향한 부산 시민의 환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내버스에서는 껌을 건네받은 경험도 있고 지하철에서는 자리를 양보받았던 경험도 있다. 이는 충분히 단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문화는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문화 자산이고 방문객들에게 도시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내외 비건 지향 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비건 지도도 시민 스스로 만들지 않았는가. 비건 지향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야만 자연스럽게 비건 음식점도 늘어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있는 비건 음식점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 건 매우 아쉽다. 여기에 지자체가 좀 더 세밀하게 힘을 보탠다면 더 매력적인 부산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부산시는 매년 국제영화제를 진행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이 비건 친화적인 도시가 되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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