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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친화적인 부산을 위한 두 가지 제안

[주장] 비건 지도와 비건 로컬 음식 개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등록 2023.02.24 16:50수정 2023.02.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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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여백을 많이 두는 편이다. 예를 들면 숙소와 구경할 만한 한 곳 혹은 먹을 거리 하나 정도만 정해둔다. 당일 기분과 날씨 그리고 거리의 분위기에 따라 여행 내용이 달라진다. 계획에 없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등산을 하기도 한다. MBTI로 따지면 P의 스타일이랄까.

하지만 비건(동물성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생활) 지향 식단으로 바뀌면서 약간 J형으로 변화했다. 비건 지향인이 된 후로는 생활 근거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사막에라도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허기짐을 채우는 정도의 식사라면 그리 어렵지 않다. 몇 년간 터득한 '비건 지혜'를 발휘하면 되니까. 김밥집에 들어가 햄과 계란을 빼달라고 하거나 김치볶음밥에 계란을 빼고 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여행이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금강산도 식후경. 매일 먹던 음식만 먹으면 여행이 즐겁겠는가. 아무리 부산 바다가 아름답더라도 눈만 호강시킬 뿐이다. 부산 파도 소리가 마치 뱃가죽을 철썩철썩 때릴 테다.

부산의 대표 음식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밀면과 돼지국밥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테고 바닷가 도시이니 각종 해산물 음식이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육류, 어류 기반 동물성 음식일 것이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해하지 않는 부산의 로컬 비건 음식은 없을까.

반가운 부산 비건 지도, 더 좋아지려면

우연히 검색을 통해 '부산 비건 지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부산 내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 정보를 누군가 정리해 둔 것이다. 혹시 부산 여행을 앞두고 있는 비건 지향인이 있다면 부산 비건 지도를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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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비건 지도 자료는 탕라마 블로그(https://blog.naver.com/l0veit1fwemadeit/222552156303)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 부산 비건 지도

 
부산 비건 지도는 비건 식당이나 비건 상품을 파는 상점을 안내한다. 앞면에는 전부 비건인 상점, 뒷면에는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상점이 표기되어 있다.

부산 비건 지도는 종차별(어떤 개체가 소속된 종에 기반한 차별, 보통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차별할 때 쓰는 용어)을 넘어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한다. 지도에는 배리어프리, 영유아 및 어린이 출입 가능 여부, 반려동물 출입 가능 여부도 표기되어 있다. 얼마나 세심하게 마음을 다해 지도를 만들었는지 느껴진다. 


부산 비건 지도는 여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제작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기획, 자료조사, 디자인, 홍보, 번역, 제보, 후원까지. 특별히 단체를 꾸리지 않고, 시민들이 손발을 맞춰 제작했다. 집단지성과 협력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비건 지향인으로서 부산 식도락 여행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었다. 

서울시와 수원시는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 식당을 조사하고, 정보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지도는 있지만, 지자체를 비롯해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채식 식당 정보가 없다. 

물론 비건 음식점이 어디 있는지 안내해주지 않더라도 음식점에서 자체적으로 채식 옵션을 표기한다면 비건 지향인에게 친화적일 수 있겠다. 또 비건 식당 접근성이 높은 도시라면 지자체에서 별도의 안내가 필요치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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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브런치카페 리틀오스의 입간판에 'Vegetarian friendly'라고 안내하고 있다. ⓒ 이현우

예를 들면 전 세계 비건 식당 소개 사이트 해피카우(HappyCow)는 런던, 뉴욕, 바르셀로나, 방콕 등을 포함한 열 개의 도시를 비건 친화적인 도시로 꼽았다. 일정 거리 내 비건 식당 수가 많은 도시들이다. 국내외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은 관광지를 선정할 때 해당 도시의 비건 친화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요건이다.

따라서 해피카우와 같은 어플을 통해 채식 식당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피카우는 이용자가 등록을 하는 시스템이다. 경험상 해피카우에 등록되지 않은 김밥이나 비빔밥처럼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은 등록되지 않기도 한다.

바라건대 공공기관 주도로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식당이나 상점에 관해 전수 조사를 진행보면 좋겠다. 이는 부산이 비건 친화 도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부산처럼 비건 음식점이 많지 않은 도시라면, 지자체나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도시 차원에서 별도의 안내나 도움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공공기관에서 주도한 전수 조사는 부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밥, 비빔밥 등 이미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이 비건 음식점으로 등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숨겨진 비건 음식점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건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효과도 누릴 것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정책이나 사업이 인식을 변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Vegan friendly' 스티커를 제작하여 배부한다면 해외에서 방문한 관광객이 비건 옵션이 제공되는 음식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건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간다면, 부산은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로컬 비건 음식' 개발은 어떨까? 

부산시에 한 가지 더 의견을 전해본다. 요즘 지역 활성화와 관련하여 '로컬 문화'라는 지역 고유의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가 육류와 어류 기반의 음식에만 그치지 않고 로컬 비건 음식을 개발하면 어떨까? 부산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음식을 비건 메뉴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없던 메뉴를 창조해서 개발하라는 게 아니다.

경성대 국어국문과 교수 박훈하가 쓴 책 <부산에 살지만>에 보면 부산 로컬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그중 주목했던 음식은 바로 동래파전. 동래파전은 일반 전들과는 다른 순서로 조리된다. 밀가루 반죽을 한 후 조리하지 않고 파, 미나리, 쇠고기, 해산물 등을 올려 충분히 익힌 후에 반죽 물을 붓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 구워지고 난 뒤에도 단단해지지 않고 진득해지는 식감을 맛볼 수 있다고.

동래파전은 부산시가 도시화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래파전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동래 읍내 사람은 물론이고 주변 고을 사람들도 동래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위기는 기회다. 비건 음식을 사업화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동래파전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조리법과 식감으로 로컬 음식의 유니크한 매력을 어필하고 현대에 맞게 재료의 변주를 준다면 훌륭한 부산만의 멋진 로컬 비건 음식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 나는 식물성 해산물로 요리한 비건 음식도 좋겠다. 예를 들면 해초비빔밥도 좋겠다. 톳도 좋고 미역도 좋다. 초고추장과 해초 그리고 각종 야채를 넣고 해초비빔밥을 만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이제 횟집에 가서 물회비빔밥을 주문하며 회를 빼달라는 주문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다.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도시가 되려면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관광객을 향한 부산 시민의 환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내버스에서는 껌을 건네받은 경험도 있고 지하철에서는 자리를 양보받았던 경험도 있다. 이는 충분히 단시간 내에 만들어지는 문화는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문화 자산이고 방문객들에게 도시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내외 비건 지향 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비건 지도도 시민 스스로 만들지 않았는가. 비건 지향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야만 자연스럽게 비건 음식점도 늘어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있는 비건 음식점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 건 매우 아쉽다. 여기에 지자체가 좀 더 세밀하게 힘을 보탠다면 더 매력적인 부산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부산시는 매년 국제영화제를 진행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이 비건 친화적인 도시가 되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실립니다.
#부산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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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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