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뉴스 사이트에서 ‘financial soundness(재정건전성)’를 검색하면 29개 기사만 검색되나 ‘financial sustainability(재정 지속가능성)’를 검색하면 347개 기사가 검색된다.(검색일 2023.2.23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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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부채는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부채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가장 적절할수록 좋다. 2022년 기준 삼성전자는 115조 원이 넘는 돈을 가지고 있다.*
2) 그럼에도 94조 원의 부채를 유지하고 있다. 10조 원의 매입채무*
3)는 물론 5000억 원의 사채까지도 아직 존재한다.
현금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빚을 져서 물건을 사고 사채도 안 갚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재정 목표는 '가장 적은 부채비율 달성'이 아니다.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 유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을 유지할수록 좋다. OECD 국가 GDP 대비 부채비율 평균은 120%가 넘는다. 부채비율이 적을수록 좋다면 이 국가들이 모두 잘못된 행정을 한다고 평가해야 한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
그럼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이 얼마일까? GDP 대비 50%일까? 100%일까? 불행히도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하버드대 로고프 교수는 적절한 부채비율을 제시한 적이 있지만, 기초적인 에러가 발견되어 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전 세계 어떠한 재정 전문가도 적절한 부채비율을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적절한 부채비율을 안다'고 주장하고는 한다. 현재 한국 부채비율이 50%로 너무 높다는 말은, 곧 현재 적절한 부채비율이 50% 이하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국의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이 40%인지 60%인지 알지 못한다. 만약 가장 적절한 부채비율이 40%라면, 현재 부채비율을 50%에서 더 낮춰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부채비율이 60%라면 반대로 부채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부채비율을 높이면 빚을 더 많이 져야 하는건데, 이게 왜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일까? 물론 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허비한다면 당연히 부채는 낮을수록 좋다. 그러나 국가가 부채를 통해서 조달한 자금은 경제성장을 높이고 사회 후생을 높이는 데 쓰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부채 조달 비용보다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후생이 더 크다면 부채를 더 조달하는 것이 이익이다.
사례로 내가 A은행에서 4%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고 B금고에서는 5%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은행에서 얼마를 빌리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일까? 정답은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내가 지나치게 돈을 많이 빌리려고 하면 A은행은 나의 대출금리를 높일 것이다. 또한 내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예금하려고 하면 B금고는 나의 예금금리를 낮추게 된다. 결국 이론적으로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같아질 때까지 돈을 빌리는 것이 가장 좋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이자를 지불하고 이를 사회에 투자한다. 우리나라 전역에 완벽한 '포트폴리오 투자'*
4)를 한다면 명목성장률*
5)정도의 이익을 얻게 된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이 국채이자율보다 낮았던 해는 단 두 해밖에 없다. 이는 지난 20년간 국채발행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발행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국채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국채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여유 재원을 금고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투자할 것이다. 안전자산인 국채에 투자하는 대신 다른 안전자산인 토지·건물 등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지 않을까? 국채는 국가입장에선 채무지만 투자자에게는 자산이다. 그리고 국채 투자자의 80% 이상은 내국인이다. 국가가 국채라는 자산을 공급해주면 투자자는 안정적 이자 수입을 얻고 더 많은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 최소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국가경제에 더 효율적일 것이다.
국고채는 한국 전체 채권시장에서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원이다. 국채가 없으면 채권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울 지경이다. 즉, 국가부채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할수록 좋다는 점을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