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채소로 만든 저녁 상차림
황성혜
식탁을 차렸다. 검은콩을 넣은 잡곡밥과 냉이된장국, 포항초무침, 콩나물무침, 오이고추무침, 상추, 찐 고구마를 상에 차려 놓으니 요리하는 데 시간은 걸렸지만 너무나도 뿌듯했다. 봄 향기 가득한 상차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서둘러 밥을 먹었다. 쌉쌀한 냉이, 달큼한 포항초, 아삭한 오이고추, 부드러운 상추. 달달하고도 촉촉한 고구마. 고기반찬 하나 없어도 너무나 맛있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봄맛을 즐기다 보니 잃어버린 한국의 맛을 찾은 것처럼 좋았다. 평소에는 가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 산 채소로 요리를 하는데 콩나물은 머리가 크고 좀 억센 편이어서 무침보다는 국을 끓여 먹고 시금치는 씁쓸한 맛이 나서 다른 식재료와 섞어서 요리를 한다. 제철을 맞은 한국산 포항초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이 좋아 이곳의 시금치와는 맛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뛰어났다.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크다는 걸 한국에서 살 때는 몰랐다. 그래도 처음 싱가포르에 왔던 18년 전과 달리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제철 채소를 사서 요리해 먹을 수 있으니 참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나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의 봄을 맛보았다. 냉장고에는 아직 신선한 달래가 남아있다. 내일 저녁에는 콩나물밥을 해서 달래간장을 넣고 비벼 먹어야겠다. 우리 집 식탁은 다시 한번 향긋한 봄의 향기로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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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 속의 도시' 싱가포르에 살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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