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정도를 지키게 해주는 틀과 자

[우리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애장품] 용인서 강정집 운영하는 황순경·이구현씨

등록 2023.03.10 10:13수정 2023.03.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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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용인강정 황순경 씨와 그의 아들 청년 상인 이구현 씨

용인강정 황순경 씨와 그의 아들 청년 상인 이구현 씨 ⓒ 용인시민신문


부드럽고 바삭한 수제 강정. 달콤하고 소소한 맛이 일품이다. 경기 용인시에서 청년가게로 인정받는 용인 대표 강정집 용인강정의 이야기다.

용인중앙시장 중심 노란색 간판 아래 환한 웃음으로 오란다와 수제 강정을 판매하고 있는 황순경(58세)씨를 만났다. 손님들 사이로 다양한 전통 수제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가게 안에서 건장한 청년이 열심히 오란다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 아들이에요. 같이 만들고 판매를 하지요.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그녀가 아들 이구현(31세)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2015년 오일장에서 작은 장사를 하던 황선경씨는 우연히 강정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장터를 돌며 수제 강정을 만들다 보니 한곳에서 장사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17년 용인중앙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용인은 동생이 살고 있어 다른 곳보다 친근했다.

하나둘 단골이 생기고 있을 즈음, 2018년 전통시장 살리기 방편으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업체를 선정한다고 했다. 마침 아들이 직장을 다니다가 잠깐 쉬고 있었을 때였다.

혼자 일하던 황씨는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들 이씨도 선뜻 나섰다. 두 사람은 상품 디자인과 온라인 판매 등에 대해 협의했다. 결과적으로 용인중앙시장 최초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판매 후기가 잘 나왔고 마침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오프라인 장사는 잘 안되는데 온라인으로 꾸준히 판매가 가능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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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조청과 물엿을 솥에 넣고 은근히 끓이다 오란다, 견과류 등 주재료를 넣고 주걱으로 잘 저은 후 강정 틀에 부어 말대로 펴서 자르면 완성되는 주제 과자. 이들 모자가 이렇게 만드는 과자 종류는 약 20여 종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 않아요. 재료 비율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모양과 맛이 흐트러지고 말거든요. 강정 맛은 변함이 없어야 해요. 제게 강정 만들기를 가르쳐준 선생님의 레서피에 저 자름대로 연구해서 저만의 비법을 더해 만들어요."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 그것을 지키게 하는 것은 그의 비법도 비법이지만, 강정 틀, 밀대, 강정 자, 강정 칼은 그 맛을 지키게 하는 도구다.

"이것들은 맛있는, 우리 집만의 과자 맛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 제겐 늘 초심을 잃지 말라고 일깨워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예요."

좋은 재료를 쓰고, 정확한 용량을 지키는 것. 이 단순함이 이 집의 비법인 셈이다.

"재료를 아끼면 안 되더라고요. 성실함과 함께요. 그런데 엄마의 성실함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네요."

아들 이씨의 말에서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난다. 황씨가 사는 곳은 마평동. 가게까지 걸어서 15분이 걸린다. 함께 살던 아들은 얼마 전 결혼해서 유림동에 신혼집을 차렸다. 황씨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웃으며 말한다.

"아들과 정량을 지키며 틀을 잡아 오래오래 맛있는 전통과자를 만들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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