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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맞은 '규슈올레' 206km, 11년만에 53만명이 걸었다

올해 '제1회 규슈올레 걷기축제' 열려...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도 개장

등록 2023.03.16 04:57수정 2023.03.1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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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규슈올레걷기축제에서 '다케오 코스'를 걷고 있는 참가자들. ⓒ 제주올레


'올레'라고 하면 흔히 제주올레를 떠올린다. 걷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또 다른 올레가 있다는 걸 안다. 2012년에 시작된 일본의 '규슈올레'. 올해로 11년째를 맞는다. 당시에는 '왜 일본에 올레를?'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힐링(healing)을 강조하는 '올레 정신'에는 국경이 없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특산품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올레 수출'을 결정했다. (☞ 관련기사|규슈올레, 지친 일본을 치유할 수 있을까? http://bit.ly/FPGluv)

11년이 지난 지금 규슈올레는 18개의 코스로 성장했다. 실제 만들어진 코스는 모두 23개이나, 안타깝게도 일부 코스는 사정상 취소됐다. 그동안 이 길을 53만 5000여 명이 걸었고, 이 가운데 355명이 완주했다. 완주자의 70% 이상이 일본인이다. 2012년 규슈올레가 첫 개장할 때 "규슈올레가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고도성장과 아스팔트 문화에 지친 일본인들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축사가 현실이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 여파로 규슈올레도 움츠러들었다. 2019년 3월 후쿠오카 현의 '신구마치(新宮町) 코스'가 문을 연 뒤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4년만인 지난 3월 4일 나가사키 현의 '마츠우라(松浦)·후쿠시마(福島) 코스'가 개장하면서, 규슈올레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일본 혼슈의 후쿠시마와는 다른 곳이다.)

3월 5일 '제1회 규슈올레 걷기축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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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개장식에 참여한 참가자들. ⓒ 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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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규슈올레걷기축제 참가자들이 개막행사를 마치고 '다케오 코스' 시작점을 출발해 걷고 있다. ⓒ 제주올레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개장 다음날인 3월 5일에는 '제1회 규슈올레 걷기축제'도 열렸다. 이번 걷기축제가 열린 사가 현의 '다케오(武雄) 코스'는 2012년 2월 29일 문을 연 첫 규슈올레 코스여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인과 외국인 '올레꾼'들 1000명가량이 참석해 12년 전처럼 '따로 또 같이' 길을 걸었다. 특히, 치마·바지와 모자를 깔맞춤하고 나타난 규슈올레 팬클럽 회원들이 눈길을 끌었다. '규슈를 알고 있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규슈관광기구가 주관하고 규슈올레 선정 지역협의회가 주최했다.

규슈올레 선정 지역협의회 전 회장인 고마츠 타다시 미야마시장은 축제 개막 인사말을 통해 "규슈올레의 매력은 해안선과 산, 마을 등 자연과 민가를 지나는 골목길이 친근하게 다가오며 자기 속도에 맞게 걸을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규슈올레를 유치하고 난 뒤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자평했다.

규슈올레의 역사는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규슈관광추진기구(현 규슈관광기구)가 (사)제주올레에 제안한 뒤 로열티를 지불하고 제주올레 길을 벤치마킹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인 2012년 2월 29일부터 3월 3일까지 다케오 코스(사가 현), 오쿠분고(奥豊後) 코스(오이타 현), 아마쿠사·이와지마(天草·維和島) 코스(구마모토 현), 이부스키·가이몬(指宿·開聞) 코스(가고시마 현)를 순차적으로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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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올레 완주 메달을 달고 '제1회 규슈올레걷기축제'에 참여한 일본 올레꾼. ⓒ 제주올레


규슈올레가 규슈관광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 건 2014년 규슈올레가 만들어진 11개 지자체 단체장들이 모여 만든 '규슈올레 선정 지역협의회'의 노력이 컸다. 협의회는 각 지역에 생긴 올레 코스를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 걸을 수 있도록 길을 가꿔나갔다. 코스와 맞닿은 시정촌(市町村) 들은 서로 연대하며 합동 프로모션과 교류의 기회를 넓혔다.


점차 규슈올레를 응원하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제주올레 길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안내소가 규슈올레 시작점에도 생겨났다. 2015년에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올레길을 통한 문화 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규슈올레 심포지엄'도 열었다. 장애물도 있었지만, "올레의 정신과 가치는 공유하되 규슈올레만의 색깔과 매력을 가꿔나가야 한다"는 제주올레 측의 조언에 귀기울였다.

주변 섬 파노라마처럼... 석양의 다랑이논 '뷰 포인트'


규슈올레의 막내 동생 격인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가 지난 3월 4일 문을 열었다. 4년만에 열리는 새로운 길을 걸으려고 700명가량의 올레꾼들이 모였다.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 아이부터 70, 80대 고령층까지 다양했다. 마츠우라 시의 인구가 약 2만 1000명이니, 전체 인구의 1/3 규모의 인파가 운집한 것이다. 시골마을이 들썩였다.

마츠우라 시는 나가사키 현 북부의 후쿠시마, 다카시마 등과 맞닿아 있다. 올레 길도 산과 바다로 이어져 있다. 마츠우라는 일본에서 전갱이가 많이 잡히는 곳이라서 '전갱이 튀김의 성지'로 손꼽힌다. 올레 개장을 축하하며 동네 사람들이 중간에 천막을 치고, 올레꾼들에게 전갱이 튀김을 간식으로 내주었다.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는 마츠우라 시 후쿠시마 지소에서 출발해 오야마 전망소(2.5km) → 후쿠주지 절(5.0km) → 옛 요겐초등학교(6.8km) → 나베쿠시 어항(7.4km)을 거쳐 도야 다랑이논(10.0km)에서 끝난다. 전체 구간이 10km로 다른 규슈올레 길보다는 짧지만, 초반에 계속 올라가는 산길이 있어 난이도는 중상(中上)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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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신규 코스로 규슈올레에 합류한 나가사키현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중 일부 구간. ⓒ 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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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종점에서 만나는 도야 다랑이논. '일본 다랑이논 100선'에 속해 있다. ⓒ 제주올레

 
한적한 일본의 시골 농·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데, 주변 섬을 파노라마로 바라볼 수 있는 오야마 전망소가 최고의 뷰 포인트다. 전망소가 있는 오야마 공원은 약 800그루의 왕벚·산벚나무가 있어 봄·가을 벚꽃 명소로 이름나 있다. 이마리만 동부, 사가 현 가라쓰 시 히젠초와 나가사키 현 마츠우라 시 후쿠시마초 사이 해역에 떠 있는 수많은 무인도 '이로하지마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야마 공원을 지나면 지금은 폐교된 옛 요겐 초등학교를 거쳐간다. 이 학교는 1959년에 상영된 영화 <니안쨩>의 촬영지였으며, 꾸준히 관리한 덕분에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이번 개장 행사 때는 올레꾼들의 점심·휴식 장소였다. 코스 후반부에 만나는 나베구시 어항은 멸치의 대표적인 산지이다. 올레 길을 지나다면 멸치를 파는 수산물 가게도 만날 수 있다.

올레 코스 종점에 있는 도야 다랑이논은 '일본 다랑이논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계단식으로 돼 있는 다랑이 논 풍광은 우리나라 남해의 풍광과 닮았다. 마츠우라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4월 중순~5월 초순 모내기철에는 약 400장의 논에 석양이 비추는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올레 길에는 좌우도, 국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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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올레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 개장식에 참여한 왼쪽부터 마츠우라 토모다 요시야스 시장, (사)제주올레 안은주 대표, 규슈관광기구 사토우라 토오루 사업본부장 및 마츠우라시 의원들. ⓒ 제주올레


토모다 요시야스 마츠우라시장은 코스 개장 축사를 통해 "규슈올레는 마츠우라 시가 오랜 시간 바란 목표였다"면서 "2019년 규슈올레 코스에 처음 도전한 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난해 12월 코스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주민들과 힘을 합쳐 마을의 자연과 역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마츠우라·후쿠시마 코스로 만들겠다"면서 "도보 여행자와 지역민들이 자연 속에서 만나 교류하는 일들이 이 길에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은주 (사)제주올레 대표는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길은 더 아름다워진다. 다른 규슈올레 길들이 매력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이 코스 역시 사랑받는 코스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먼저 지역주민들이 자주 걷고 잘 관리한다면 마을 곳곳이 올레길로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슈올레가 처음 생길 때부터 코스 개발에 참여한 도요시마 시게루 준 규슈산업대학 관광학과 교수는 "올레는 걷는 사람과 지역을 건강하게 해주는 멋지고 행복한 길"이라면서 "규슈올레와 길에 담긴 문화가 앞으로도 100년, 1000년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자연을 즐기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행복한 규슈올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 길처럼 관광지 위주로 돌아보는 일본의 여행 트렌드를 바꿔 놓았다. 마을에 속해 있는 자연 그대로가 관광자원이 되었고 일본 지역주민들 역시 코스가 생긴 자신의 마을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됐다. 서명숙 이사장은 늘상 "올레 길에는 좌우가 없다"고 말한다. 올레 길에는 좌우뿐만이 아니라 국경도 없다. 제주올레와 규슈올레의 인연을 보면 알 수 있다.
#규슈올레 #마츠우라 #후쿠시마 #다케오 #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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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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