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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강제동원 사과 대신 '오믈렛' 비중있게 다룬 <조선><중앙>

[까칠한 언론비평] 일본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 등 논란 비껴간 보도들

등록 2023.03.17 13:04수정 2023.03.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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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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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7일자 1면 ⓒ 조선일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셔틀외교 재개, 지소미아 복원 등 한일 관계 회복을 선언했다. 두 정상이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정상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나온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배상안으로 인해 국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총리의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는 윤석열 정부의 또 다른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같은 논란은 최대한 비껴가면서, 양국 관계 복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일 정상 만찬 메뉴인 오믈렛라이스와 소고기전골, 맥주, 소주 양국 정상의 식사 메뉴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조선>은 17일자 1면 기사('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신설')에서 지소미아와 양국 셔틀 외교 복원 등 한일 정상 합의 내용을 전하면서 "한일 정상이 2018년 대밥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누적된 양국간 쟁점 상당수를 타결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했다.

<중앙>도 1면 기사(한·일, 지소미아·셔틀외교 복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모두 '새롭게'나 '새로운'이란 표현을 썼다"면서 "양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시작됐다가 2011년 중단된 셔틀외교 재개와 2019년 수출품목 규제와 WTO 제소,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 등을 철회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날 2~3면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의장대 사열을 받고, 2차 친교 자리에선 소주와 맥주를 마셨으며, 김건희 여사는 일본 총리 부인과 화과자를 만들며 친분을 쌓았다는 사실까지 세세하게 전했다.

<중앙>도 4면 기사(두 정상 회담 뒤 두번 만찬)에서 양국 정상이 1차는 소고기 전골(중앙은 '스키야키'로 적음) 전문점에서 저녁을 먹고 2차는 128년 전통 오믈렛라이스(중앙은 일본식 발음인 '오므라이스'로 적음)집에서 친교를 쌓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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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자 지면 ⓒ 중앙

 
<중앙>은 2014년 4월 방일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밥 만찬과 비교될 것이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과 함께, 해당 음식점이 점심·저녁이면 줄을 서는 '맛집'이라는 점까지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하면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점, 한국에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조선>은 한일 정상 기자회견을 전하는 3면 기사(양국정상 "김대중, 오부치 선언 계승"... 기시다 과거사 추가 언급 없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온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하면 일단 봉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은 3면 기사 하단에 "일각에선 기시다 총리가 직접 사과나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역대 일본 정부가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는데 그 사과를 한번 더 받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말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 <중앙>의 논조는 이날 사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향하자는 것.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일본의 호응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계속 과거에만 얽매일 수 없다.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도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가 빠진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양국을 가로막아 온 과거사의 깊은 골이 정상회담 한번으로 메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회담으로 두 나라가 불화로 얼룩진 과거를 매듭짓고 미래지향의 협력 관계로 나갈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선 점수를 줘야 한다"고 윤 대통령의 방일 성과를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1면 기사(日, 징용 사과 계승... 韓, 해법호응조치 언급 안해)에서 일본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을 기사 서두에 강조하면서, 양국관계 정상화 등의 성과를 정리했다. 

<동아>는 사설(한일 어렵게 다시 돌아온 출발선, 앞으로 갈 길이 멀다)에서 사과를 언급하지 않은 기시다 총리의 태도 등에 대해 "일본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일본은 용서받을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 과거사 갈등은 일단 접어뒀다지만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동아>는 이날 칼럼(한일관계 결단... "이완용" 선동 뚫고 열매 맺어야)을 통해서는 한일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를 향해 날을 세웠따. <동아>는 이 칼럼에서 "출근길 교차로에서 '이완용의 부활인가'라는 민주당 현수막이 펄럭인다, 당신들의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운을 뗀 뒤 "한일관계의 파탄을 원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상통하는 한국 좌파와 일본 내 극우 세력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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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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