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는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marche)에서 차용한 단어다. 생산자와 대면할 수 있는 도심 속 시장이다.
이현우
사실 전통시장에 가더라도 우리는 상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요즘 왜 바나나가 비싼지, 애호박은 통 보이지 않는지 상인들에게 전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생산자가 아닌 유통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마르쉐에 농산물을 판매하는 이들은 전부 생산자이자 판매자다. 누구보다 농산물에 관해 잘 아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종종 방문하다 보니 마르쉐만의 분위기와 가치를 체감한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눈과 귀 그리고 손과 발로 느껴진다. 신조어로 표현하자면 '마르쉐 바이브'가 느껴진달까.
먼저 마르쉐는 불필요한 포장을 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지양하고 종이 혹은 신문지를 재활용하여 포장을 최소화한다. 장바구니가 없는 방문객을 위해 수거해 둔 종이가방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마르쉐에 방문하는 이들도 이런 문화에 익숙한 듯 장바구니와 다회용기 그리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공연과 체험을 곁들인 문화장터
둘째, 마르쉐는 장보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팝업스토어나 축제 장소처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팝업 공간이기도 하다. 음악 공연과 체험 공간 그리고 워크숍 등이 열린다. 문화장터인 셈이다.
특히 마르쉐는 3월~5월 셋째주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아트 인 마르쉐' 봄 시즌을 열고 있다. 이날 열린 문화시장이 아트 인 마르쉐의 첫 시작이다. 덕분에 채소와 음악을 통해 눈과 귀로 봄 내음을 만끽하고 올 수 있었다.
마르쉐 한가운데 임시 무대를 조성하여 연주자들이 세계의 낯선 악기들로 산뜻한 음악을 연주한다. 여행 온 기분마저 든다. 시민들은 돗자리와 우유팩 플라스틱으로 설치된 임시 의자에 앉아 공연을 즐기거나 편하게 휴식을 즐긴다.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