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월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송건호 한겨레신문 발행인이 한겨레 신문 창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이 책은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번역에 열중하게 되었다. 이 해 10월 일월서각에서 번역 출판된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한 '발간 축하'의 추천사를 쓴 절친 송건호의 글을 통해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본다. 전문이다.
오늘날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좋은 일이다. 이 관심은 단순히 역사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오늘의 한국 현실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을 밝혀보고자 하는 보다 더 민족적 자각의 한 발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의 관심과는 달리 학계에서는 이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읽을 만한 현대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물론 학계가 게으르거나 무능해서가 아님은 물론이다.
8.15 후의 현대사를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8.15 후에 진주한 미군정이나 그 뒤를 이은 이승만 정권이 8.15 후에 응당 새나라 발족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않고 허다한 잘못을 범했으며 이후 이 나라는 해방과 더불어 응당 후퇴했어야 할 친일파들이 나라의 실권을 장악해 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그 잘못을 지적하기가 어렵게 되고 만 것이다.
하여간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그렇게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보답할만한 현대사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어 독서인들이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터에 커밍스 교수의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이 번역 출간된다는 것은 반갑고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커밍스 교수를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으나, 그가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몇 년 간 머물러 있어 한국말도 상당히 해독할 뿐 아니라 한국인이나 한국 사회에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말하자면 일종의 지한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 커밍스 교수가 쓴 책이 바로 <한국전쟁의 기원>이다. 이 책은 그간 공개되지 않은 미국 정부의 해방 전후의 한국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충분히 구사하여 한국인 학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업적을 발표하였다. 커밍스 교수의 이 연구는 8.15 이후의 한국사를 심층에서 철저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