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숲 함양상림’ 저자 최재길씨
주간함양
"생물상이 가득한 함양상림은 자생의 숲처럼 느껴진다"
함양상림, 그 숲 안에서 생육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거대한 생태계가 세상에 드러났다. 경남 함양 상림의 가치를 알아본 자연환경해설사 최재길(치유공감 대표)씨의 노력으로 발간된 <생명의 숲 함양상림>은 함양사람들에겐 더욱 소중한 책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저자 최재길씨가 함양 상림에서 시간을 보내고 연구한 7년여의 기록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천년의 숲 함양상림의 역사문화 이야기부터 함양상림의 나무, 식물, 동물 등을 집대성했다. 함양상림을 주제로 한 단행본 도서로는 처음 발간됐다.
특히 이 책에는 햇살좋은 날의 상림, 바람 부는 날의 상림, 비온 뒤의 상림과 같이 사계절 변화무쌍한 숲의 모습뿐만 아니라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풀꽃, 순간을 함께 해야 만날 수 있는 조류, 자세히 보아야 찾을 수 있는 곤충과 동물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책 속에 실린 300여 장 이상의 사진은 최재길씨가 매년, 매일, 수시로 함양상림을 드나들며 카메라에 담은 자료 중 귀한 순간만 고른 것이다.
또한 책 속에는 상림숲에서 생장하는 동식물의 정보와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들의 가치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함양상림에 이질적인 나무를 심는 것은 천년숲의 생태적 가치와 보전에 역행하는 일입니다. 함양상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마을숲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적 가치와 천년의 역사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함양상림의 고유하고 귀한 식물종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전하는 것이 최선의 관리 아닐까요?"
최재길씨는 함양을 생각하면 '넓고 따뜻하고 푸근한 엄마 품'같아 2015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함양에 살면서 상림을 거닐다 보니 상림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던 최재길씨.
"그런데 함양상림에 관한 책이 하나도 없었어요. 처음에 저는 식물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것부터 조사를 했죠."
2018년 '마을숲의 역할과 치유적 의미에 대한 연구-함양상림을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한 최재길씨는 마을숲으로서의 함양상림에서 역사문화, 숲의 생태계까지 범위를 확장해 가며 연구를 이어갔다. 그는 함양상림을 통해 자연을 보는 시각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식물, 생태 공부를 하면서 상림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엔 눈에 보이는 식물만 조사했는데 공부하면서 자료를 모으니 상림의 가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양상림에 깊이 빠져들고 연구하면서 그는 산림치유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최재길씨는 "다른 마을 숲에서 볼 수 없는 생물상이 가득한 함양상림은 자생의 숲처럼 느껴진다"며 이것만으로도 함양상림은 숲으로 최고의 가치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그는 7~8년간 상림을 지켜보며 해마다 직경 30cm이상의 나무가 십여그루 이상 쓰러지며 숲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함양 사람들에게 '함양상림'이 혹시 그런 존재가 아닐는지. 도시의 삭막한 환경에 노출돼 불안함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함양상림을 거닐며 식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하면서 그 불안한 생각을 치유했다는 최재길씨의 말처럼 우리는 치유의 숲 상림에 대한 가치를 이 책을 통해 되새겨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