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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야 합니다" 오월어머니들이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전한 당부

10.29 진실버스 네 번째 날의 기록... 광주 5월 어머니들의 특별한 공감과 위로

등록 2023.03.31 09:26수정 2023.04.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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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자녀, 연인, 친구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도할 새도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 하룻밤 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상규명의 과제를 알리기 위해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에 나섰습니다. 그 현장을 기록합니다.[기자말]
10.29 진실버스는 27일 서울분향소를 출발해 인천, 청주, 전주에 이어 30일엔 광주 시민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10.29 진실버스 일정은 모두 각 지역에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에서 준비합니다. 광주는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 가족들이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벌써 40여 년을 지속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광주 대책회의는 10.29 진실버스 참석자들에게 광주에서만 전할 수 있는 공감과 위로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대주교님의 약속은 천군만마
     
점심식사 이후에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간담회에서는 옥현진 대주교님을 만났습니다.

한국 가톨릭은 광주, 서울, 대구 이렇게 3개의 대교구로 운영되며 대교구의 가장 높은 직책인 대주교는 교황이 임명합니다. 광주대교구는 광주, 전주, 제주 지역의 가톨릭교회를 관장하고 매주 주보를 발행해 배포합니다.

유가족들은 옥현진 대주교님에게 10.29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10.29 기억과 연대의 별' 배지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주보에 서명링크 QR 코드를 넣어 많은 교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대주교님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의 약속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이 든든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님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님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오월 어머니들을 만나 오열하다  

오월어머니집은 1980년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식을 잃거나, 남편을 잃거나, 본인이 다치거나, 형제자매가 죽거나 다친 어머니들,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국가폭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여서 서로를 위로하며 치유하는 곳입니다.


오월어머니들은 유가족들을 만나자마나 꼭 안아주셨고 그 품이 마치 어머니 품 같아서 유가족들은 한참을 오열했습니다. 

오월어머니들이 가족을 잃은 사건과 그 후 진상규명을 위한 40여 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가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들은 유가족들에게 어떤 이간질이나 조작이 들어와도 꼭 흩어지지 말고 뭉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가족들에게 긴 시간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려면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셨습니다.

어머니들이 싸주신 떡과 식혜, 그리고 계란까지 두 손 가득 받으니 몸도 마음도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광주 오월어머니집에 방문해 손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광주 오월어머니집에 방문해 손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저녁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상상마당에서 치유와 소통을 주제로 한 이야기 마당이 진행됐습니다. 광주시민 100여 명이 자리에 함께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이미현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참사 발생 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일들의 문제점들을 시간순으로 공유하고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유가족 부대표인 고 송채림씨의 아버지 송진영씨는 참사 발생 이후 정부에서 유가족끼리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당시 이태원에서 희생당한 아이들이 158명인데, 46군데의 장례식장으로 흩어놓았고 그 후 우리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 집이 부산에도 있고 목포에도 있고 광주에도 있고 전국으로 흩어집니다.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같은 장례식장을 이용했는데 서로 모를 정도로, 그 정도로 정부에서 칸막이를 쳐 놨습니다." 

송진영 부대표는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아이의 사망 시각은 몇 시 몇 분인지, 그 다목적 체육관까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이동이 되었는지, 누가 우리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에 봤는지. 이런 건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요. 이런 지시를 내린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이런 것에 대해서도 전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상상마당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함께하는 이야기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상상마당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함께하는 이야기마당이 진행되고 있다.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어서 광주, 전남, 전주, 서울지역 유가족 4인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광주 지역 유가족인 고 김연희씨의 아버지 김상민씨는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꿈에서 연희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가 그 주인공이 되어 버렸네요. (중략)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시내 40여 응급실을, 피를 말려가며 내 딸아이를 찾아다녔던 기억을 생각하면 이 정권이, 이 잔인한 정권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전남 목포지역 유가족인 고 이해린씨의 아버지 이종민씨는 해린이에게 쓴 손 편지를 찬찬히 읽었습니다.

"해린아, 아빠는 요즘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혹시 네가 왔다가 갈까 봐. 또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너에게 미안해서 쉽게 잘 수가 없구나. 가슴이 답답하다. 혼자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단다. 하는 일도 흥미도 없고, 사는 것 자체가 재미가 나지 않는단다.

(중략) 일전에 전단지를 나눠주는데 30분 동안 채 10장을 나눠주지 못했단다.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쪽에서 한참을 울었단다. 벌써 사람들 머릿속에서 그날의 억울한 죽음들이 잊혀 간다고 생각하니 서럽고 원망스러워서 쉽게 눈물이 멈추질 않더구나."


전주 지역 유가족인 고 문효균씨의 아버지 문철씨는 이 자리에 서는 이유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효균이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효균이는 본인이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애기 낳아서 자기가 번 돈으로 즐겁게 여행을 다니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효균이의) 고등학교 친구라고 하면서 온라인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그 청첩장을 열어보면서 눈물이 펑펑 나왔습니다. 제 아이가 이런 청첩장을 보냈어야 했는데..."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마약 수사를 위해 희생자를 변사자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저희는 대통령을 향해 정부를 향해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혹자는 사과받으면 뭘 어떻게 하냐고 묻습니다. 얻고자 함이 아니라 되찾고 함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로부터, 고인에 대한 악랄하고 저급한 수습 과정으로부터, 나의 아이의 존엄과 명예와 산산이 조각나버린 나와 유가족의 가정을 되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고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 씨가 송진영 유가협 부대표에게 책 ‘저는 열네살 선영이에요’와 모금 봉투를 전달하며 눈물로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고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 씨가 송진영 유가협 부대표에게 책 ‘저는 열네살 선영이에요’와 모금 봉투를 전달하며 눈물로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마지막 이야기는 고 박선영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씨가 해 주셨습니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어요. 진실은 세상을 움직이고 정의는 철벽을 뚫습니다. 우리는 정의입니다."

오영자씨는 몸이 아프지만 꼭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이런 참사가 안 일어나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힘내달라며 송진영 유가협 부대표에게 책 <저는 열네 살 선영이에요>와 모금 봉투를 전달하며 눈물로 위로와 응원을 전했습니다. 광주 대책회의에서는 시민들의 편지도 모아주셨습니다.

당장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고통스러우시겠지만, 같이 그 길에 함께하고 연대하겠다는 광주 시민들의 공감 어린 마음에 유가족들은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진실버스를 타고 10.29 이태원참사의 진실을 알리러 다니는 여정이 더욱더 많은 용기를 주시는 시민분들로 인해 희망을 얻고 가는 여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1일에는 창원에서 아침 7시 30분에 경남도청 출근길 피케팅을 시작합니다. 이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현대로템공장, 경남교육청 기자간담회, 창원병원 퇴근길 피케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보라색 버스와 조끼, 피켓을 든 사람들을 만나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기를 바랍니다.
 
 광주 시민들이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에게 보낸 손편지
광주 시민들이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에게 보낸 손편지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광주 시민들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광주 시민들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덧붙이는 글 10.29 진실버스는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함께합니다. 27일 서울, 인천, 28일 충북 청주, 29일 전북 전주, 정읍, 30일 광주, 31일 경남 창원, 4월 1일 부산, 4월 2일 경남 진주 및 제주, 4월 3일 대구, 4월 4일 대전, 5일 경기 수원, 서울광장 분향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1029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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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이 기사는 연재 10.29진실버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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