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석양바르셀로나에 내리기 직전 비행기에서 보는 석양을 찍고 있다.
유종선
드디어 출발 당일, 소년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펄쩍펄쩍 뛰는 아이를 씻기고 공항버스를 기다린다. 우주는 공항으로 가는 버스의 창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공항에서 사진을 찍는다.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이 모든 과정의 기쁨을 나도 같이 한다. 그러다 그 기쁨에 말려서 내가 먼저 지친다.
우주는 긴 비행을 몇 권의 책과 잠으로 제법 잘 버텼다. 그것만으로도 대견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해가 지고 있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했을 땐 캄캄한 밤이었다. 우주는 흥분했지만 나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절대 아이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소매치기를 조심하자, 첫 숙소를 이 거대한 캐리어 두 개와 백팩을 들고 잘 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 첫 숙소는 걱정만큼 멀지 않았다. 밤에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의 당혹감을 덜기 위해 일부러 한인 민박을 구했다. 아무래도 외지에서 한국인이 한국말로 맞이해주면 안심이 되기 마련이니까. 실제로 그렇긴 했다.
그러나 이 곳은 단체 민박이 아니라 방 하나만을 빌려주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주인 분이 맞이해주는 순간을 지나면 다시 한국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곳이었다. 정보라도 좀 주워듣고 싶었는데, 숙소 이용법에 대한 설명이 바람처럼 이어지고 주인 분은 친절한 미소와 함께 홀연히 떠났다. 다시 나와 우주 둘만 남았다.
아이와 여행을 한다는 것은 밥 먹이는 걸 꽤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주인 분께 물어봤던 마트를 찾아 오늘 저녁과 며칠 간의 아침 식사가 될 만한 식량을 구했다. 아이와 여행을 다니는 동안 혹시 모르니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떠난 터였으나 마트에 놓인 캔맥주의 유혹은 강렬했다.
우주와 나는 우유와 맥주로 첫 숙소에서 신나는 건배를 하고 여행 첫 날을 기약했다. 아들과 같이 침대에 누웠다. 단 둘이, 기대에 들떠. 첫날 오전엔 4시간 가량의 가우디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다. 그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내일 보는 거야!
문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