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사생활> 표지
미디어샘
많은 작가들이 공감할 텐데 출판계에 이상한 사장은 있어도 이상한 편집자는 거의 없다. 내가 만났던 많은 편집자들은 내가 쓴 엉성한 글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는데 자괴감이 들어서 한 번은 '그렇게 글을 잘 쓰시는데 직접 책을 내보는 것은 어떠냐?'고 진지하게 물은 적도 있었다. 물론 '우리는 읽을 줄만 알지 쓸 줄은 모른다'라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편집자의 사생활>을 읽다 보니 편집자가 '읽을 줄만 아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하게 된다. 고우리 선생의 글을 읽다 보면 주변 배경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에밀 졸라의 글이 떠오른다.
편집자라고 출판에 대한 거시적인 문제를 고상하게 풀어나가지 않고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구어체가 넘치지만, 맥락이 잘 이어지고 독자들이 마치 글쓴이와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호기심을 가질 만한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아울러 양념처럼 들어 있는 '업무 일지' 코너는 내가 너무 재미나게 읽었던 '열린책들' 홍지웅 사장이 쓴 출판 이야기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의 '좀 더 재미난 현실판'으로 읽힌다.
그래서 에밀 졸라의 글은 아껴가면서 읽게 되지만 고우리 작가의 글은 나도 모르게 한 번 앉은 자리에서 허망하게 다 읽고 말았다. 이건 뭐 아껴 읽겠다는 다짐조차 할 겨를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잘 읽힌다.
그런데 웬걸? 퇴사하고 나서부터 SNS를 무지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심히 하게 '됐다'. 무슨 전략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심심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두 번째 회사에서고 세 번째 회사에서고 연봉'협상'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연봉이란 언제나 '정해지는' 것이지 '협상'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올해 당신 연봉은 얼마일세. 아, 네, 감사합니다. 넙죽!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한 유일한 아쉬움. 나는 왜 고우리 편집자에게 출간 제의를 받지 못했는가! 새삼 장 그리니에의 <섬>에 헌정한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가 생각난다. 고우리라는 유능하고 눈 밝은 편집자와 함께 작업했고 작업을 할 이름 모를 작가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편집자의 사생활 -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고우리 (지은이),
미디어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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