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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에 한글 배우며 그린 그림, 놀랍지 않습니까

그림 배운 적 없는 마을학교 어르신들의 그림 솜씨

등록 2023.04.10 13:14수정 2023.04.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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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정순화님이 그린 그림. 정순화님은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 정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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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화

  
마을에서 초등부 과정을 배우시는 분의 그림이 너무 훌륭해서 소개한다. 아니 깜짝 놀랄만해서 소개한다. 나는 80이 훌쩍 넘으신 어르신들께 한글을 지도하는 마을학교 한글선생이다. 늦은 연세에 글만 배우면 어려울 것 같아서 가끔 그림도안에 색칠을 해보시게 했다. 처음엔 도안 밖으로 색칠을 하셨다. 차차 좋아지셨다. 난생처음 그림도 그려본다고 아이들처럼 좋아하셨다. 마을에서 한글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시골마을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연세가 76세~ 89세시다. 90세도 계셨지만 돌아가시고 생존해 계셔도 걷기가 불편해 공부하러 오시는 분은 현재는 85세 ~89세이시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수업이 중단 되었다. 수업을 오랫동안 못하니까 답답해 하셨다. 그래서  일년여 비대면 수업을 했다. 그림도안이랑 글쓰기를 과제로 만들어 집집마다 한 분 한 분께 가져다 드리고 숙제 한 것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했다. 그래서인지 색칠을 아주 능숙하게 하신다. 이 분들이 도안에다 색칠하는 것을 가족들이 보고 스케치북이랑 색연필을 선물했다. 숙제 검사를 공부하는 날마다 하는데 숙제와 함께 가져오신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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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화님은 그림 도안에 색칠한 경험만 갖고 있음에도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 ⓒ 정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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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그림 ⓒ 정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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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글도 썼다. ⓒ 정순화

 
오늘은 88세 되신 분의 그림을 소개한다. 이분들이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 알리고 싶고, 책도 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은 그림을 배운 적이 없으시다. 그저 선생인 내가 그림도안을 드리면 색칠 해보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그림 전문가가 보기엔 별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을 배워 본 적도 학교를 다녀 본 적도 없으신 분의 그림으로 보면 정말 훌륭하다. 진작 배웠으면 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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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화님이 그린 원앙새 ⓒ 정순화

 
 
#마을한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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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마을학교 성인문해교원입니다. 이밖에 웰다잉강의, 청소년 웰라이프 강의, 북텔링 수업, 우리동네 이야기 강의를 초,중학교에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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