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종 조율을 위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조선>이 공을 들여 제기한 '러시아 개입설'은 사실과는 달랐다. 미국 CIA 등 정보기관의 도청 내역이 담긴 기밀문서 유출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 방위군 소속 한 병사의 소행이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 시간) 미국과 필리핀의 외교·국방장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를 공식 시인했다. 유출된 문건은 올해 2월 28일과 3월 1일자 자료로 확인됐다.
유출된 문서에 한국 정부에 대한 도청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감청 의혹이 허위정보'라고 주장한 대통령실 입장은 이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앞서 도감청 의혹은 허위라고 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2일 미국에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미숙한 대응에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사설을 통해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다루는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너무 성급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우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17일자 사설(위기, 불신 키운 김태효 1차장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서 "도감청 문제 자체보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솔하고 거친 언행들이 위기와 불신을 더 키웠다는 지적을 외면할 수 없겠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조선>은 오히려 대통령실 대응을 비판하는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조선의 지난 14일자 사설(아마추어식 불안, 미숙한 외교안보 근본 원인 찾아야)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전세계 감청은 공공연한 비밀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능력을 가진 각국의 정보기관이 다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을 두둔했다.
<조선>은 문건 유출과 관련한 대통령실 대응 등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선 "모든 일을 정쟁화하는 민주당이 문제다, 지금 민주당은 한미정상회담도 하지 말라는 식이다"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하루 이틀이 아니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 외교 안보팀은 이런 국내 정치 사정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제기한 '러시아 음모설'에 대한 별다른 해명이나 설명은 없었다.
'미국의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언론들의 후속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18일자 <조선일보> 지면에서 이를 다루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이 대대적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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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도청 의혹에 '러시아 음모' 외치던 <조선>, 이젠 민주당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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