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쿠나가 요시아키1960년생인 토쿠나가는 고교 졸업 후 인근 아리아케해에서 수십 년간 김 양식에 종사한 어부다.
?永義昭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에게 라 캄파넬라를 치고 싶다고 하니, 돌아온 대답은 '절대 무리!'였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토쿠나가는 라 캄파넬라가 연주될 때 해당 건반이 빛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발견했다.
일일이 영상을 멈춰가며 피아노 앞에서 건반 위치를 찾아 누르며 외우기 시작했다. 어부 일이 한가해지는 휴지기에 오른손 연습, 왼손 연습 번갈아 가며 매일 8시간씩, 어떨 때는 너무 열중한 나머지 12시간에 이르기도 했는데, 그렇게 석 달을 꾸준히 연습해 전곡을 외웠다.
꾸준히 연습하며 실력 향상 과정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올렸는데, 중년 어부의 라 캄파넬라 연주 도전에 감동한 사람들의 응원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일본 각지의 학교에서 연주를 듣고 싶다는 초청이 이어졌다. 그래봐야 늦게 배운 연주 실력이 빤하지 않겠냐고?
환갑이 넘은 2021년 10월에 유튜브 채널에 올린 라 캄파넬라 연주 영상을 보면 그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50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 이 정도 완성도로 연주하게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이 있었을까. 방구석 피아니스트인 나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연주를 듣다가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토쿠나가 요시아키의 라 캄파넬라 연주 ⓒ 도쿠나가 요시아키
일단 책을 전달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토쿠나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신 영상에 번역기를 이용해 책을 보내고 싶다고 일본어 댓글을 달았는데, 금세 토쿠나가의 답글이 달리는 것 아닌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뤄줘서 고맙다며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메시지로 소통하자고 했다.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기술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 덕분에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 실시간으로 일본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배송 주소를 전달 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무척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토쿠나가의 반생을 그린 영화가 올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내년 여름 일본 전역에서 상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폴란드 감독과 싱가포르 감독의 협업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데, 어부 일을 하고, 콘서트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피아노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유치원과 학교에서 연주하는 모습 등을 촬영하고 있단다.
올해 7월에는 유럽 촬영이 잡혀 있으며 다큐멘터리의 피날레는 쇼팽 국제 콩쿠르가 열리는 공연장에서 토쿠나가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될 것 같다고 한다. 폴란드 정부의 영화기금과 일본 NHK의 제작비 지원으로 촬영 중이며 유럽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란다.
다큐멘터리 촬영 때 나의 책을 소개하겠다며 "本当に有難う御座います(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이모티콘까지 넣어가며 메시지를 보내는 토쿠나가씨. 오히려 제가 영광이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