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출퇴근 지하철, 이태원 참사 후 어떻게 달라졌나

실효성 가늠하기 어려운 안전관리 제도...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록 2023.04.25 10:09수정 2023.04.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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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 역사 내에서도 이전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일부 역엔 환승 통로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됐고 혼잡도가 높은 역사 내에서는 직원들의 안전계도 근무가 이뤄졌다. 하지만 출퇴근길 지하철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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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 계단 퇴근 시간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승 계단과 승강장이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가득 차 있다. ⓒ 조진석

   
평일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역은 늘상 혼잡하다. 특히 2개 이상의 호선이 지나는 환승역에는 환승 통로 이동조차 쉽지 않을 만큼 사람이 몰린다. 사당역을 거쳐 신촌으로 통학하는 김경민(23)씨는 출퇴근 시간대 통학의 불편함 때문에 기숙사 입사를 결정했다.

김경민씨는 "퇴근 시간대 배차간격이 길지는 않아도 열차마다 종착역이 다르다 보니, 경기도 주민들은 안산행이나 오이도행 열차에 몰린다"며 때로는 열차가 와도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토로했다. 안산행이나 오이도행 열차에 탑승해야 하는 승객들은 또다시 열차를 기다리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 열차가 꽉 차 있어도 무리해서 탑승한다. 김씨는 "자꾸 사고가 잇따르다 보니 경각심이 생긴 것인지 환승 통로를 이동할 때는 시민의식이 개선된 것이 보인다"면서도 "탑승할 때는 여전히 무리해서 탑승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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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4호선 열차 퇴근 시간대 4호선 열차가 승객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 조진석

   
이태원 참사 이후 도입된 역내 직원들의 안전계도 근무는 유명무실한 것일까. 지난 8개월간 잠실역으로 출근해 온 김다빈(23)씨도 같은 불편함을 언급했다. 출근길에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 열차로 환승하는 김다빈씨는 "지하철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도 힘으로 밀고 타시는 분들이 있다"며 "이태원 사건 후 일주일 정도는 건대입구역 직원분들이 승강장 질서를 관리했는데, 그 이후로는 예전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역내 직원들의 안전계도 근무는 이태원 참사 직후 또 다른 압사 사고 발생 위험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대 주요 환승역 계단, 통로 및 승강장에는 형광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며 질서를 관리했다.

그러나 6개월가량 지난 현재, 서울시 주요 환승역 중 교대역과 충무로역을 비롯한 일부 역에서는 직원들의 안전관리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만, 건대입구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여의도역 등 다수 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적자 운영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 안전 문제의 직접 해결 어려워...

이태원 참사 이후 도입된 새로운 안전관리 시스템은 왜 6개월도 채 지속되지 못한 것일까. 서울교통공사에서 9년째 근무 중인 김우진(29)씨는 지하철 역사 내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김우진씨는 "출퇴근 시간대 역사 내 안전계도 근무는 이태원 사고 이후 정부로부터 내려온 권고 지침인데, 모든 역에서 그 지침이 지켜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존 사무직 직원들이 교대로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혼잡 시간대에 기존 직원들이 승강장이나 환승 통로에서 근무를 서면 다른 안전사고 발생에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역사 내 인력이 부족한 실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래도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 안전도우미를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울시 내에서 승하차 승객이 많은 환승역들은 역내 직원 수에 있어 다른 역들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연간 수송인원이 2천만 명이 넘는 역들도 직원 수는 많아야 20명을 겨우 넘기거나 혹은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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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 주요 환승역 연간 수송인원 및 역내 직원 수 서울시 내 인구 이동이 많은 주요 환승역 역내 직원은 20명 내외에 그치는 실정이다. ⓒ 조진석

 
위 7개 역은 지난 3월에도 한 달간 승차 인원과 하차 인원 모두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현재는 코로나19 거리두기의 해제로 2021년에 비해 이동인구가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역내 직원 수는 늘어나기는커녕 감소하는 실정이다. 김우진씨는 "2018년 일부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있었는데, 공사 내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그로 인해 정규직 채용 인원이 감소했다"며 "매년 퇴직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새로 채용되는 직원은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적자 운영까지 지속되면서 서울교통공사는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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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 추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 현황이다. ⓒ 조진석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18년에 5389억 원, 2019년에 5865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당기순손실이 1조1137억 원으로 2배가량 폭등했고, 2021년에는 9644억 원, 지난해에는 6420억 원으로 집계됐다.

김우진씨는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운임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효성 있는 대안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해...

수년간 적자 운영에 시달린 서울교통공사의 내부적 노력만으로 지하철 역사 내 안전 문제 해결은 어렵다. 인력 충원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업직원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김우진씨는 "승객들의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사법적 제재가 불가능해 역내 직원들의 직접 통제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지난 11일 김포골드라인 승객 2명의 실신 사고에 대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경우에도 안전을 위해서 일본 도쿄처럼 과하게 혼잡할 경우 승차를 강제로 막거나 무정차 통과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무정차 통과 방안은 국민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고, 국토교통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를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아직 지하철역 안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미비한 만큼 실효성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지하철 #서울교통공사 #출퇴근시간 #환승역 #지하철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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